반기문, 창원서 기후변화 강연
"정부·시민, 당장 행동 나서야"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금부터 지구 평균기온 상승 속도를 막지 못하면 해수면 상승으로 2100년 대부분 도시가 잠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위원장은 16일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기후변화' 주제 강연을 하며 "지구는 하나뿐이다. 지구B가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계획(플랜)B는 없다.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당장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초미세먼지 최상위 100대 도시에 우리나라 도시가 44개나 포함된 점을 거듭 밝혔다.

▲ 반기문 위원장이 16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합포문화동인회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 반기문 위원장이 16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합포문화동인회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반 위원장은 "대한민국 공기 질이 얼마나 나쁘냐면, OECD 36개국 가운데 35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소 60개 중 겨울철 최소 9개에서 27개까지 가동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114만대 경유차 운행 중단까지 미세먼지는 곧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구 온난화를 막는 노력은 미흡하다며, 한국부터 앞장서 막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 지난 30~40년간 급속 성장을 하면서 기후 변화 대처가 늦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 국가는 1960년대부터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했지만, 대한민국은 유엔에서 기후 변화 문제로 발동을 걸기 시작한 2007년에서야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반 위원장은 "지구가 지난 약 200년 사이에 평균온도가 1도 올랐다. 지금 이 상태로 지구를 쓰면 80년 사이에 지구 멸망이 온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생긴 것을 예시로 설명했다. 반 위원장은 "지금 북극에 가면 건물 6층 높이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다닌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이 상태면 2100년까지 해수면이 6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된다"며 "진해 앞바다 수면이 20㎝만 올라가도 모든 도시 기능은 마비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 위원장은 시민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는 공장 굴뚝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공장 굴뚝에서 41% 나오고, 생활에서 18% 발생한다"며 "미세먼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우리가 스스로 생활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변화는 어렵다. 정부와 국회가 움직일 수 있도록 국민이 환경 문제를 끌고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강연은 합포문화동인회에서 새해 첫 강좌로 마련했으며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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