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다르다고 갈등…정책 지연 빚어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의제화 반갑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패스트트랙 정국이 막을 내리자마자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들어갔다. 선거구마다 예비후보들의 출마선언도 줄을 잇는다. 총선과 때를 맞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도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다. 그동안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권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한두 번 나온 게 아니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및 복지대타협 특위가 지난 8일 자문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이번 총선에서 자치분권과 재정분권 등의 공약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핵심의제로 선정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2006년 도입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지금까지 유지된 데는 국회 책임이 크다. 기초선거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이 이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구 조직관리에 기초의원이 필수적인데, 이들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갑질'을 내려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게다. 이런 이유로 정당이 책임정치를 실현하려면 공천제가 필요하다며 시행한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고성군이 지난해부터 공을 들이지만 1년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는 청소년수당 조례도 결국 정당공천제 폐해에서 발생한 문제에 가깝다. 군이 전국 최초로 군내 모든 청소년에게 수당을 지원하겠다며 '청소년꿈키움바우처지원조례안'을 의회에 상정했지만 두 차례나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군은 새해 들어 의회가 부결한 이 조례안을 의회에 재상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7월 시행을 목표로 3월에 조례안 통과를 위해 입법예고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군의 바람대로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군과 의회 모두 군민을 위한 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면엔 다른 이유가 있다. 애초 의원들은 조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의회와 소통 부족을 넘어 '의회 패싱'이라고 여기는 기류가 강했고, 집행부 공무원들은 의원들이 견제심리로 용심을 부린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더 깊은 곳엔 군수와 의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의원들이 속한 정당이 다르다는 데 있다.

'의회 패싱'이든, '용심'이든 군과 의회의 기 싸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해를 넘기면서까지 이 문제를 끌고 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19대 국회 때 해결됐다면 청소년수당 조례가 이처럼 갈등 요인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2년과 2013년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이 6차례나 발의됐으나 19대 국회 4년 내내 심의를 못하고 자동 폐기됐었다.

때마침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거론했으니 이번 총선서 정당과 후보들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받으면 어떨까. 공천제가 폐지되면 고성군의 청소년수당 조례처럼 장시간 갈등을 빚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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