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폐쇄적 구조 비판
서울서 규탄 결의대회 이어져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이후 기수·말관리사 7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이를 막으려면 "한국마사회의 폐쇄적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준호·이정미 의원실과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등이 '무소불위 마사회 권한은 어떻게 활용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박승렬 목사가 좌장을 맡았다.

윤준호 의원은 "문중원 기수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마사회는 유족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답답하다"며 국회에서 경마산업 구조 개선에 나섰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마사회 관리감독을 =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발제를 통해 "마사회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이다. 개인마주제로 전환했고 자신들은 시행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모든 경마 관계자들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사회는 공공기관으로서 경마가 사행성 도박장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공정하게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오히려 경마 주체들을 경쟁으로 내몰고도 관리감독이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려 7명이 목숨을 끊었는데도 근본적인 수술 없이 관행이 반복되는 것은 관리감독 기관의 책임도 크다"며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실질적인 사용자인 마사회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조교사협회와 단체교섭에서 정한 노동조건은 실효가 없다"고 했다. 노조와 조교사협회와 5월 1일(노동절)을 휴무일로 정해도, 마사회가 그날 경주 일정을 잡으면 교섭 결과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한 운영을 비판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추모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한 운영을 비판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추모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수·말관리사 노동자성 인정해야 = 윤간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기수와 말관리사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윤 전문의는 "기수들은 조교사 지시에 따라 경주 출전을 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수들이 조교사의 부당 지시를 어길 수 없는 제도적 환경"이라며 "'경주 기승 횟수'와 '경기 성적'에 따라 면허갱신하는 규정을 폐기하고, 경마시행규정과 시행세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수영 변호사는 "마사회를 정점으로 한 현재의 중층적 고용관계는 마사회의 정책적 결정에 따른 변화다. 그 과정에서 마주와 달리 노동자는 권리주체로 고려되지 못했다"면서 "현재 고용구조와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려면 경마 산업 노동자들이 권리주체로서 마사회와 마주 앉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사회 공공성 강화 필요 = 전주희 전 '김용균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은 "마사회의 공공성은 실종되었고, 독점의 해악만 남아있다. 공공성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여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 구축과 발전과정에서 기업 내외부에 공공성의 가치를 증진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마사회가 그동안 노동자들의 죽음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그들이 이미 공공성이 아니라 독점의 권력집단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마주와 조교사협회 등 그들이 만든 위장된 책임주체들을 앞세우는 지금의 국면에서는 더더욱 마사회의 공공성은 허구가 아닌지를 진지하게 따져볼 일"이라고 했다.

고광용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조교사의 지시를 어기면 기수생활을 관두겠다는 뜻이다. 기수가 최소한의 임금이 있다면 당당히 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공공운수노조는 시신을 김해에서 서울로 옮겼고, 광화문에 시민분향소를 차려 투쟁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4일 낮 12시 과천 서울경마공원 정문 앞에서 '한국마사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이날과 5일 오후에 광화문에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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