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철도박물관 문 열어 추억과 체험 동시에 만족 퇴역 기관차, 카페 변신도
국내 마지막 성냥 공장 터 전시관 만들어 역사공원화

지난 10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한일학술대회에서 무라이농장(촌정농장) 이야기를 듣고 진영역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일본 무라이 재벌이 일제강점기 이전에 창원 대산, 김해 진영 일대 낙동강 배후습지를 사들여 농지로 개간하겠다고 결정한 이유 중에 1905년 개업한 진영역이 있었습니다. 요즘말로 치면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농장이었던 거죠. 여기서 말하는 진영역은 설창리에 있는 KTX 진영역이 아니라 2010년 폐역이 된 진영리 옛 진영역을 말합니다. 옛 진영역을 둘러보고 무라이 농장 9호 제방이던 창원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길을 간다는 게 그냥 진영역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제법 재밌는 구경거리가 많았거든요.

▲ 김해시 진영읍 옛 진영역 역사를 고쳐 만든 진영역 철도박물관. 그 옆에 퇴역한 새마을호 기관차가 서 있다. /이서후 기자
▲ 김해시 진영읍 옛 진영역 역사를 고쳐 만든 진영역 철도박물관. 그 옆에 퇴역한 새마을호 기관차가 서 있다. /이서후 기자

◇박물관으로 변신한 역사 건물 = 지난 10월 1일 옛 진영역 역사를 고친 '진영역 철도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석 달이 안 됐는데, 박물관을 지키고 계신 선생님께 들으니 벌써 반응이 좋은 모양입니다. 특히 어르신과 아이들 단체 관람객이 많다고 하네요.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와 함께 마산선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진영역은 삼랑진과 마산을 연결한 마산선의 역사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마산선은 일본 제국이 경부선과 함께 건설한 중요한 철도 노선입니다. 진영역은 이 마산선 중간에 있던 중요한 역이었습니다. 굳이 따지면 당시 핵심 역이었던 삼랑진역에 박물관이 생기는 게 더 맞지 싶습니다. 하지만, 삼랑진역은 아직도 운영을 하고 있으니 김해시가 잘 선점을 한 것 같기도 하네요.

진영역 철도박물관은 외관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아담한 역사 건물도 예쁘게 잘 꾸몄습니다. 역사 건물이 제1전시실이고, 그보다 작은 역무원 사무실 건물이 제2전시실입니다.

◇재미난 물건들 = 제1전시실에 들어가면 정면으로 매표소가 있습니다. 매표소 위 1914년, 1935년, 1960년, 1995년 진영역 열차시각표가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1914년 것은 마산과 삼랑진역을 오가는 기차들뿐이네요. 1995년에는 경전선에 포함된 시기라 종착역에 전남 목포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표소 옆에 서 있는 역무원 마네킹이 무섭게 생겼습니다. 표정이 자연스럽지가 않아서 뭔가 섬뜩한 모양새입니다. 역시나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도 겁을 많이 낸다고 하네요.

제1전시실에서 아이들은 아마 기관사 체험을 제일 좋아할 것 같습니다. 레버만 당기면 기관실에서 보는 것처럼 기차가 진영역을 출발해 달리거든요. 어른 특히 어르신들은 아마 전시된 옛날 열차 승차권에 관심을 두지 싶네요. 개표가위로 찰칵찰칵 표시를 하던 두꺼운 종이로 된 미색 승차권을 오랜만에 봤습니다.

▲ 진영역 철도박물관 제2전시관 모형. /이서후 기자
▲ 진영역 철도박물관 제2전시관 모형. /이서후 기자

역무원 사무실을 고친 제2전시실은 철도디오라마관입니다. 진영역과 그 주변 관광지를 모형으로 만들었는데, 버튼을 누르면 역에서 모형 기차가 출발해 한 바퀴를 돕니다. 제법 규모도 있어서 볼 만합니다.

기차가 움직일 때면 조그맣게 만들어진 사람 모형 중 몇 개가 재미난 동작으로 움직이는데, 이걸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특히 주말이면 아이들 관람객이 많은데요. 아이들이 계속 버튼을 누르면서 열차가 쉬지도 못하고 온종일 돌다가 결국 탈선을 하기도 한다네요. 고생하는 모형 열차를 좀 더 튼튼하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 진영역 철도박물관 옆 기차카페로 쓰이는 새마을호 기관차와 객차. /이서후 기자
▲ 진영역 철도박물관 옆 기차카페로 쓰이는 새마을호 기관차와 객차. /이서후 기자

◇새마을호 기관차와 객실 안에 만든 카페 = 진영역 철도박물관 바로 옆에 실제 퇴역한 새마을호 기관차와 객차 두 량이 있습니다. 기관차에 번호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봤지요. 새마을호 7115호. 1975년 10월 미국 GM사에서 생산된 전기식 특대형 디젤 기관차네요. 7101호부터 7120호까지는 모두 1975년 12월 미국수출입은행 차관으로 도입한 거랍니다. 이 번호대 기관차들은 이제 다 퇴역을 했습니다. 부산역에서 여러 대를 보관 중이고요, 심지어 올해 고철로 매각된 차량도 꽤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진영역 철도박물관 기념물이 된 7115호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이 기관차에 달린 객차 두 량은 대우중공업에서 만든 거네요. 객차는 카페로 꾸며졌습니다. 지난 5월에 개점한 꿀벌여행 기차카페입니다. 열차 객차를 고쳐 만든 카페는 더러 보았는데, 기관차까지 달린 건 처음 봤습니다. 이 정도 완벽한 상태인 기차카페는 전국에서도 드물지 싶습니다.

꿀벌여행 기차카페는 김해지역자활센터 청년자립지원사업단에서 운영을 합니다. 메뉴 중에 벌꿀이 들어간 게 많습니다. 김해지역자활센터 양봉사업단에서 직접 채취한 꿀을 쓴다고 하네요. 아메리카노가 2000원으로 가격도 아주 착합니다.

▲ 진영역 철도박물관 옆 성냥전시관. /이서후 기자
▲ 진영역 철도박물관 옆 성냥전시관. /이서후 기자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 공장의 유물들 = 기차카페를 지나면 철로 옆에 성냥전시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 공장이던 경남산업공사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1948년 설립해 2017년 문을 닫았는데, 진영읍 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던 곳입니다. 한때는 김해시 전기요금 납부액 1위에 오를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였습니다.

전시관은 새로 지은 거고요, 실제 공장 건물은 진영역 철도박물관 근처에 아직도 남아 있는데, 아마도 무슨 창고로 쓰이는 모양입니다.

▲ 진영역 철도박물관 옆 성냥전시관에 전시된 경남산업공사 성냥 제조 설비. /이서후 기자
▲ 진영역 철도박물관 옆 성냥전시관에 전시된 경남산업공사 성냥 제조 설비. /이서후 기자

성냥전시관에는 경남산업공사에서 기증받은 성냥 제조 설비가 전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경남산업공사 제품인 기린표 성냥을 포함해 추억의 성냥 제품들도 한가득합니다.

옛 진영역 부지는 전체적으로 '진영역사공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안에 철도박물관, 기차카페, 성냥전시관이 있는 거지요. 철길을 따라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운동하는 주민들을 따라 가만히 거닐다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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