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발굴·전술·카리스마 갖춘 감독 찾아
내년시즌 2부리그 우승 찬찬히 준비하자

경남FC가 K리그2로 강등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는다. 지난해 리그 준우승을 했던 팀이란 게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11월께부터 경남 차기 감독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왔다. 김종부 감독 재신임이 아니라면 누가 좋을까부터, 이참에 차라리 외국인 감독을 초빙하면 어떨까까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에는 차마 이런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대표이사와 감독의 거취뿐만 아니라 후임자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당장 내일(17일) 오전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가 열린다.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게 경남도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조금 안심은 된다.

만신창이가 됐지만 다시 딛고 일어서려면 무엇보다 대표와 감독이 중심을 잡고 팀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내년 시즌에 2부리그 우승을 하는 것이다. 사례가 없지도 않다. 상주상무와 수원FC·광주FC가 각각 1년 만에 승격을 일궈냈다. 넉넉 잡고 3년 안에 승격한다는 기조도 나쁘지는 않다. 2015~2017년까지 2부에서 보낸 경남은 3년 만에 리그 우승으로 승격했던 저력이 있다.

3년을 넘기면 곤란하다. 부산이 2년 전 승격을 노릴 절호의 기회에서 실기하면서 3년 연속 승강플레이오프에 나선 끝에야 승격에 성공했다. 무려 5년이 걸렸다. 이제부터 목표를 분명히 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차기 감독과 관련해 이런 저런 사람들 이름이 축구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몇 년 전 모 감독처럼 자가발전으로 '유력설'을 흘리는 듯하다. 아마도 근거 없이 그러지는 않을 테고, 구단주나 주변 사람들과 작은 인연이라도 있기에 그걸 믿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야 한다. 구단주와 인연이나, 경남 출신 P급 지도자라거나 이런 게 감독 선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경남이 원래 선수 연봉을 많이 주는 구단은 아니었다. 올해 ACL 병행을 위해 과잉지출한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경남은 '셀링클럽'(선수 육성 후 이적료 받는 구단) 가능성을 지난 시즌 충분히 경험했다. 연마되지 않은 보석같은 원석을 잘 찾아내고 이를 육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경남 유스 클럽에서 커 올라오는 선수들도 잘 관리하고 원석은 되게 해야 한다.

전술 능력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김종부 감독은 골문 앞 타깃맨을 세우고 좌우 크로스에 의존하는 전술을 가장 많이 썼다. 강원FC 김병수 감독은 오밀조밀 수비라인부터 만들어가는 빌드업을 잘 구사한다. 김종부 감독의 전술은 상대에게 읽히고 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현대축구의 핵심 전략인 빌드업 축구는 생각만큼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풀어나가기는 어렵다. 전략·전술을 짜내고 이를 운동장 안에서 펼쳐보일 능력도 필요하다.

무너진 팀 분위기를 되살리려면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이렇게 쓰고보니 EPL급 감독을 요구하는 것 같긴 하다만, 차기 감독은 이런 능력 검증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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