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자경 명예회장 내일 발인
진주 출생…지수초교 교사도

진주 출신으로 LG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구자경(사진)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10시 별세했다. 향년 94세.

구자경 명예회장은 1925년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에서 럭키금성그룹(LG그룹의 전신)의 창업자인 연암 구인회 회장 슬하의 6남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지수초등학교와 진주중학교를 거쳐 1945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구 회장은 모교인 지수초등학교 등에서 5년간 교사로 일했다. 지수초등학교는 삼성 이병철 회장, LG 구인회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등 3대 재벌의 창업주가 다닌 곳으로 유명하다.

구 명예회장은 지수초등 교사 시절 낮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퇴근 후에는 농사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이런 근면성실한 삶은 대기업 총수 시절과 은퇴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고인은 1950년 부친의 부름을 받아 당시 락희화학에 입사했다. 락희화학은 이후 머리빗·비누통·세숫대야 등을 생산하는 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하여 락희화학공업사로 발전했다. 1959년 이 회사의 발전을 기반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제품생산업체인 금성사(1958년 설립)의 이사, 1962년 락희화학의 전무, 1968년 금성사의 부사장이 되었다. 1969년 럭키금성그룹의 창업자이자 부친인 구인회가 별세하자 1970년 럭키금성그룹의 회장이 되어 1995년 LG그룹의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때까지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취임 당시 매출 260억 원이었던 그룹을 30조 원 규모로 키워 현재 LG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5년 1월 럭키금성그룹의 명칭을 LG그룹으로 바꾸면서 첫째 아들인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기고 스스로 물러났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5월 타계했다.

▲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연합뉴스
▲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연합뉴스

LG그룹 회장 시절에는 1973년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 진흥'이라는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LG연암학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에 힘을 쏟았으며 1974년 천안 연암대학을, 1984년 진주 연암공업대학를 각각 설립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015년까지 20년 동안 LG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면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왔다. 말년에는 천안 연암대학 소속 농장에 머물며 버섯 연구와 사회복지사업에 힘썼다.

이제는 모두 세상을 떠난 LG그룹의 1·2·3대 회장이 모두 진주에서 태어나고 기업의 모태도 진주에서 출범한 LG그룹. 그런 만큼 진주와는 깊은 관계가 있다.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은 1931년 진주에서 구인회상점이라는 포목상을 창업했고, 1941년 구인상회에 이어 운수업·무역업 등으로 사업이 확대된 곳도 진주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부친이 회갑을 맞아 1968년 진주성지 내에 지어 기증한 도서관이 진주성 정비사업으로 옮겨야 할 상황에 처하자 1985년 상대동에 도서관을 지어 기증했다. 그리고 부친의 호를 넣어 진주연암도서관으로 이름붙였다. 1984년 연암공대도 설립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 대학은 개교 당시부터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 LG계열사와 협력사에 입사시키고 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고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고인은 화장 후 안치될 예정이며 비공개 가족장 방침에 따라 장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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