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222곳 모니터링
"사실상 시설 구색만 갖춰"
도에 개선 계획 수립 촉구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김준현(34·창원) 씨는 가까운 주민센터나 행정복지센터에 갈 때마다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장애인 전용 구역이 막혀 있지 않더라도 주차를 하지 못하게끔 다른 차량이 방해를 하고 있다거나, 장애인 화장실에 가면 종종 청소도구가 쌓여 있어 사실상 사용할 수 없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고 출입할 수 있는 경사로가 마련됐더라도, 좁거나 가팔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통행이 어렵다고 했다.

김 씨는 "공무원들이 요청하면 도와준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런 불편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장애인이 경남지역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을 때 여전히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또 시설을 갖춰놨더라도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도내 장애인단체가 12일 행정복지센터 222곳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 경남 8개 장애인단체가 12일 도내 행정복지센터 222곳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모니터링 기간 고성 한 행정복지센터 장애인 주차구역에 관용차량이 주차된 모습.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경남 8개 장애인단체가 12일 도내 행정복지센터 222곳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모니터링 기간 고성 한 행정복지센터 장애인 주차구역에 관용차량이 주차된 모습.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권리옹호네트워크, 김해·김해서부·밀양·양산·진해·통영장애인인권센터 등 8개 단체가 지난 7~8월 약 한 달간 접근·편의성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행정복지센터가 장애인 접근을 위한 시설을 갖춰 놨더라도 사실상 구색만 갖춰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복지센터 222곳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76.8%, 장애인 화장실 미설치 21.62%, 주출입구 점자 미설치 10.81%, 주차구역 미설치 8.11%, 경사로 미설치 7.21% 등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단체는 주민 자치·참여 프로그램이 대부분 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진행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됐더라도 좁음(31.93%), 물품 적재(31.53%) 등으로 사실상 이용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한 장애인은 "급해서 들어간 화장실에 물품이 쌓여 있으면 치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남 8개 장애인단체가 12일 도내 행정복지센터 222곳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모니터링 기간 밀양 한 행정복지센터 장애인 화장실에 물품이 쌓여 있는 모습.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경남 8개 장애인단체가 12일 도내 행정복지센터 222곳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모니터링 기간 밀양 한 행정복지센터 장애인 화장실에 물품이 쌓여 있는 모습.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주차구역은 43%는 별도 표시가 없거나, 넓이·폭 미달(16.67%), 표지판 없음(13.96%) 등으로 지적됐다. 경사로는 91.39%가 폭이 좁아 이용하기 어려웠고, 기울기 기준 미달(49.55%), 안전바 미설치(32.43%) 등도 지적됐다.

이날 장애인단체는 "공무원이 장애를 가진 민원인을 대하는 불친절과 고압적인 자세 등도 드러났다"며 "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행정복지센터를 도내 18만 장애인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남도에 △무장애 행정복지센터 3개년 계획 수립 △공무원 장애 인식·인권 개선 정기교육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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