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추진에 노동자·지역사회 거센 반발
공정위·5개국, 경쟁 제한 판단·승인 여부 '촉각'

올해 1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거제시뿐만 아니라 경남도가 들썩였습니다. 거제지역 양대 조선소의 한 축으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매각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역 상공계와 정치권도 매각 반대에 힘을 싣는 가운데 국내외 결합심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경과와 전망을 짚어봤습니다.

 

'주인 없는 기업' 대우조선해양이 다시금 매각 도마에 올랐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올해 초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때마침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나섰다. 난데없는 매각 소식에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는 '특혜 매각, 졸속 매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 3월 초 본계약을 맺고 후속 절차를 밟았다.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을 거쳐 한국조선해양(존속 법인)과 현대중공업(신설 법인)으로 나눴다. 뒤이은 대우조선 현장 실사는 노조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에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애초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연말까지 이번 매각을 매듭지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흐름이라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올 1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승인 임시 주주총회. /현대중
▲ 올 1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승인 임시 주주총회. /현대중

◇10년 만에 두 번째 주인 찾기 = 산업은행은 지난 1월 31일 대우조선 민영화 계획을 내놨다. 앞서 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다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 1월 무산된 후 10년 만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55.7%)을 한국조선해양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넘겨 팔아 버리겠다는 구상이다.

산업은행은 민영화 계획 발표 때 "대우조선 정상화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조선산업 재편(빅3→빅2)을 수반하는 방식의 민간 주인 찾기에 돌입하기로 했다"며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민영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 민영화 절차는 지난 2017년 3월 진행한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 승인 내용에 따라 추진하는 건으로 대우조선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조선 산업 재편을 통해 현재 빅3 업체 간 중복 투자 등에 따른 비효율 제거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일방적 매각'이라며 강도 높은 매각 저지 투쟁에 들어갔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동참했다. 대우조선 매각에 반대하는 경남·전국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지역 상공계·정치권·거제시·경남도에서도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이에 아랑곳없이 '빅딜'에 속도를 냈다. 양측은 지난 3월 8일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대우조선 자율 경영 체제 유지, 노동자 고용 안정, 협력·부품업체 기존 거래처 유지 등 내용을 담은 공동 발표문도 내놓는다.

▲ 올 1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3월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경남도민일보 DB
▲ 올 1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3월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경남도민일보 DB

현대중공업은 본격적인 인수 추진에 앞서 회사를 둘로 쪼갰다. 지난 5월 31일 노조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임시주주총회 장소를 바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등을 날치기 처리했다. 기존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과 비상장 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나뉘었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 인수 주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후 6월 3일과 12일 두 차례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를 시도했지만, 노조 등 저지로 모두 무산됐다. 실사가 가로막히자 기업결합 심사로 눈을 돌린다. 지난 7월 1일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7월 22일 중국을 시작으로 8월 15일 카자흐스탄, 9월 12일 싱가포르 등 국외 경쟁 당국에도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일본 경쟁 당국과는 정식 심사 신청에 앞서 9월 4일부터 상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에는 장기간 사전 협의를 거쳐 지난달 12일 기업결합 본심사 신청서를 냈다.

◇기업결합 심사 내년에 결론날 듯 =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 인수·합병 여부는 내년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쟁 당국 기업결합 심사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이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6개국(한국·유럽연합·중국·일본·카자흐스탄·싱가포르) 가운데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만 승인 통보를 받았다.

싱가포르 경쟁 당국은 최근 기업결합 심사 1단계 검토를 마치고 잠재적 경쟁 우려를 제기했다. 2단계 세부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지난달 29일 "두 기업은 유조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을 포함한 상업용 선박 공급에서 중복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합병으로 상업용 선박의 두 주요 공급 업체 간 경쟁이 싱가포르 고객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특히 LNG운반선과 같은 정교한 선박과 관련해 진입·확장에 대한 장벽이 높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7일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경쟁법이 발달한 곳으로 기업결합 심사 핵심 국가로 꼽힌다. 업계 안팎에선 EU가 2차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U 심사는 일반 심사(1단계)와 심층 심사(2단계)로 나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보통 세계 1·2위 회사의 기업결합은 1차에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드물다. 살펴봐야 할 자료도 많다"면서 "2차 심층 심사로 넘어가면 내년에 결과가 나온다. 구체적인 심사 기간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 올 1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6월 대우조선 노조 반발로 발걸음을 돌리는 현대중 현장실사단. /경남도민일보 DB
▲ 올 1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6월 대우조선 노조 반발로 발걸음을 돌리는 현대중 현장실사단. /경남도민일보 DB

업계에서는 EU가 1단계 심사에서 과점 여부 등에 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2단계 심층 심사를 진행하면 기업결합 최종 승인 여부는 해를 넘겨 내년 상반기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에서는 특정 선종 비율 제한이나 생산시설 축소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 등 금속노조 노동자 대표단이 지난 9월 말 출국해 EU 심사에 대비한 바 있다. 이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 실무진을 만나 면담하고, 대우조선 매각에 반대하는 노동자 목소리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두 나라에서 자국 조선소 합병이 이뤄졌거나 사실상 합병을 추진 중인 것도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달 25일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 합병을 승인했다. 일본도 최대 조선업체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최근 자본·업무 제휴에 합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대형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공정위 심사도 길어지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심사는 최대 120일을 초과할 수도 있는데, 이는 순수 심사기간으로 보정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조선해양 측이) 자료를 계속 제출하고 있다. 보정 자료를 보고 분석해야만 결정을 할 수 있어서 (심사가) 언제쯤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공정위는 내부 검토를 거친 후 9명 위원으로 구성된 전원회의에서 이번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기업결합이란 = 개별 기업 독립성이 사라지고 사업 활동에 관한 의사 결정이 합쳐지는 기업 간 자본적·인적·조직적 결합을 뜻한다. 인수·합병(M&A)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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