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
상대 배려 않는 강요는 폭력

요즘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일방적으로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독자들께서는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기자이다 보니 듣는 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아 예, 그렇습니까?" 하고 넘기거나, "그래서요? 왜 그렇지예?" 하면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는 편입니다. 그랬더니 최근에 누군가 "그렇게 물렁물렁하게 하니까 더 그런 것 아니냐"고 따끔하게 훈계를 하시더군요.

그 이야기는 좀 있다 하고요. 따지고 보면 우리는 그렇게 정치적 의사를 일방적으로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친척들 모임이었는데요. 연령대가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80대 어르신은 특권이라도 되는 양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이 무능하니까 나라 꼬라지가 이기 뭐꼬?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꽉 막혀갖고!"

참석자만 열대여섯 명, 분위기가 얼어붙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누가 찬동하거나, 어깃장을 놓으면 때 아닌 정치 격론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조용했던 건데, 어르신은 암묵적 지지로 오해했나 봅니다. "전직 대통령까지 탄핵하고 감옥에 가다놓더만은 지는 뭐가 다르노? 농단, 농단 카더마는 다를 기 뭐가 있노?"

도화선에 불을 댕긴 듯, 이 정도 되면 사람들은 참지 않습니다. 뒷소리가 나왔고, 분위기는 어수선해졌습니다. 그 뒤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그래도 아는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특정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 전부 다 들으라는 듯이 자신의 정치의사를 드러내는 경우입니다. 택시 안에서도 흔히 이런 경우가 생기는데요. "이기 지금 제대로 된 정부가 맞심미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정도가 지나쳐지기 마련입니다. "정치나 경제나 무정부 아임미꺼 무정부?" 나중에는 다짐이라도 받듯이 승객들에게 묻기까지 합니다. "안 그렇습니꺼? 당장 선거라도 해서 끄잡아 내라야지."

그럼, 훈계 이야기를 다시 해볼까요. 제가 최근에 만난 한 분은 자신의 경험담부터 말했습니다. "얼마 전에 서울에 갔더니 택시 기사가 다짜고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거야. 대통령이 어떻니, 나라가 어떻니…." "그래서 내가 당장 택시를 세우라고 했어. 내가 그걸 물어봤소? 물어봤냐고? 하면서. 목적지까지 가지도 못했으니 돈은 줄 수 없다. 나를 내리게 하든지 조용히 가든지 알아서 하라고!" "그랬더니 입이 쑥 들어가더라고."

그의 결론은 이랬습니다. "정치적 의사 표시가 일방적이어서는 안 돼요. 가족, 친척 사이도 그래선 안 돼. 그건 인간적으로 예의가 없는 거예요." "상대가 불특정 다수라면 그건 더 안 돼. 그건 예의 차원이 아니라 폭력이야. 독재국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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