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의체 협상 '지역구 축소→원상복구'의미 퇴색

내년 총선 룰이 될 공직선거법 개정 협상이 산으로 가는 분위기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거대정당·기성정당의 '기득권 수호' 시도가 난무하면서, 지난 4월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까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선거제도 개편 및 정치개혁안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각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애초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합의안인 준연동형(연동률 50%) 비례대표제에 바탕한 지역구 축소(253석→225석) 및 비례대표 증원(47석→75석) 안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단위 석패율제 도입, 원내 진입장벽 상향(정당득표율 3%→5%) 등마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로, 기존 여야 4당 합의안은 '권역별'로 시행하게 돼 있으나 최근 대안신당(가칭) 등 호남지역 의원들 중심으로 '전국 단위' 석패율제를 주장하고 있다.

속셈은 빤하다. 권역별로 나누면 호남에서 구제되는 후보가 소수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전국 단위로 넓혀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이 경우 인지도와 득표력이 높은 현역 의원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노골적인 현역 기득권 지키기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선거법 국회 통과를 위해선 이들 목소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225석까지 줄이려고 했던 지역구 의석이 현행(253석)과 다름없는 250석 안팎으로 재조정되고 있는 것도 거대정당 및 현역 의원의 이해관계와 깊이 결부돼 있다.

표면적으로 '지역구 원상복구'의 가장 큰 요인은, 지역구 축소 때 영남(8석)과 호남(7석) 지역 의석 감소에 따른 한국당과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반발이다. 민주당은 한국당과는 협상 여지를 남긴다는 이유로,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는 공조 강화를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상은 '못 이기는 척' 자당 현역 의원 기득권을 방어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25석으로 지역구가 축소되면 민주당 현역 10명 이상이 선거구 통폐합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선거법 국회 본회의 표결 때 이탈표도 걱정이지만,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라는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선거다. 여권으로서는 1석도 섣불리 내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봉쇄조항'으로도 불리는 원내 진입장벽의 상향은 녹색당 등 소수정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행 정당득표율 3% 이상 기준을 5% 이상으로 더 높이자는 것인데, 민주당 측은 "진입장벽이 낮으면 유럽처럼 극단적인 정당이 상당수 원내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다른 야당들도 모두 비슷한 의견"이라는 입장이다.

녹색당은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99%를 얻고도 국회의원 1석을 얻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사표방지'의 제도가 될 수 있나"며 "민주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도 봉쇄조항 상향을 거론했는데, 지금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또다시 기득권 적폐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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