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사형 항소권 포기 안 돼"
안인득, 재판 내내 '불이익' 언급

사형 선고로 끝이 난 진주 방화·살인사건 피고인 안인득(42)에 대한 사흘간의 국민참여재판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배심원들은 사흘 내내 생업을 뒤로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사정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까지 참석해야 했다. 검찰과 변호인들은 배심원들을 설득하고자 노력했고, 배심원들은 검찰과 변호인, 증인과 피고인의 말 속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자 집중했다.

이번 재판에서 무슨 말들이 오가고 어떤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을까.

◇"항소 포기 안돼" =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안인득에게 선고하면서 "사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항소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항소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안인득이 항소하지 않고 기간(7일)이 지나면 형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상의 후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지법은 2011년 한 강도살인범 이후 8년 만에 사형을 선고했다. 안인득은 62번째 미집행 사형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쇄 살인범 강호순·유영철 등이 미집행 사형수다.

◇검사의 눈물 = 안인득의 공소사실을 제기하던 류남경 창원지검 검사는 갑자기 울컥하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검사는 재판을 시작하며 피고인의 범행에 대해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장소, 사건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제기한다. 류 검사는 "12세 초등학생의 신체 여러 부분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학생이 비명을 지르자 근처에 있던 할머니가 쫓아와…"라고 말하다 울먹였다.

또 류 검사는 초등생 피해자 가족(증인)을 신문하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류 검사는 초등생 피해자와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두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 크게 공감됐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 신문이나 사건 현장 사진 등 증거조사 때, 일부 배심원도 안타까운 듯 눈물을 보였다.

◇변호인 "저도 하기 싫어요" = 안인득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저도 하기 싫어요"라고 말해 순간 법정이 술렁였다.

변호인은 검사가 안인득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하자,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최후 변론을 하고 있었다. 안인득이 심각한 피해망상을 앓고 있으며, 진주 방화·살인 사건 이전 1월과 3월 다른 사건, 경찰에 신고한 내용 등에 대해 관계기관이 앞서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진주 방화·살인사건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변론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안인득이 발끈했다. 안인득은 "변호인이 뭐 하는 거냐. 내가 하소연하고 했던 것을 말하면 되지.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차라리 내가 변호하는 게 낫겠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변호인은 하기 싫다고 말한 것이다.

재판이 끝난 후 변호인은 취재진에 "저도 변호사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당시 흥분한 상태였다. 변호인으로서 적절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이나 국민이 변호인을 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안인득을 비난할 때, 변호인은 왜 이런 사건을 저질렀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등 도와줄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불이익, 하소연" = 안인득이 재판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불이익", "하소연"이다. 피고인 신문이나 최후 진술 등에서 거의 수백 차례 언급했다.

안인득인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계속해서 피해망상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반적으로 단어는 또렷하게 사용했지만 맥락 없이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노동착취, 사기범죄, 사이코패스, 비리, 부정부패, 아동학대 등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을 향한 불이익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고 거듭 말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검찰이나 변호인의 질문에 대부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사건 당일 범행에 대해 "화가 많이 났다", "자세히 모르겠다",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등의 말도 반복했다. "주변에서 불이익 그런 말이 거론되고 있었다"고 했지만, 누구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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