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서 열린 공연 무대
문화의 색다른 맛 선사해
현대 융복합 경향과 부합

"전시 관람객이 떠난 불 꺼진 미술관에서 특별하고 따뜻한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7시 30분 경남도립미술관 3층 전시홀, 포크 가수 김일두의 묵직한 저음이 기둥에, 벽에 부딪혀 울린다.

"그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서, 당신의 순수함은 횃불 같아요." (김일두 작사·곡 '문제없어요' 중에서)

가만한 눈빛으로 노래를 듣는 사람들. 갑자기 준비된 공연이었지만, 꽤 많이 왔다. 공연 전 예행연습을 하며 김일두는 공간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정도 울림이면 마이크 없이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의 말처럼 도립미술관이 멋진 공연장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공연이 열린 장소는 '수림다방'이다. 경남도립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경남도큐멘타 I - 기록을 기억하다' 아카이브 전시의 하나로 1950, 60년대 다방을 재현한 곳이다.

수림다방에서는 지역 유명 카페 주인들이 직접 커피를 팔기도 했다. 그리고 9월부터 '남도극장'이란 이름으로 진주 극단 현장 최동석 배우의 1인극 <벚꽃엔딩>을 시작으로 진해 흑백다방 대표 유경아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 진주 USD현대무용단의 춤 공연, 고승하 작곡가의 '고승하 음악 50년' 공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23일 이광석 원로시인의 문학 콘서트 '마산 문예부흥시대를 말하다'가 차례로 열렸다.

▲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 3층 전시홀 수림다방에서 열린 포크 가수 김일두 공연. /이서후 기자
▲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 3층 전시홀 수림다방에서 열린 포크 가수 김일두 공연. /이서후 기자

김일두 공연은 예정에는 없었는데 그의 노래가 이 공간과 잘 어울릴 것 같아 급하게 마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잘 맞아떨어졌다.

사실 남도극장으로 진행한 모든 공연이 좋았다. 여기서 좋았다는 말은 무언가 색달랐다는 뜻이다.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장은 일반적인 개인 갤러리나 아트센터, 대안공간보다 나름 진지하고 엄숙한 곳이기에 공연을 하는 이들도 보는 이들도 느낌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공연이 열리는 건 더러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대부분 로비나 강당에서 진행된다.

남도극장이 보여준 건 전시장 그 자체도 훌륭한 공연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전시 개막식에서 첼로나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작은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달 중순 진주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루시다에서는 전시장 내부에서 2019 경남민족예술제 '예술로 놀자' 프로그램의 하나로 락 밴드 공연이 이뤄지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미술관 박물관 관람객이 줄어 고민인 요즘, 가끔은 관객의 취향에 맞춰 이런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요즘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장르 융복합 경향과도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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