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입 테이프 붙이고 보고한 직원 왕따
감독 당국 엄격 관리와 종사자 교육 절실

한 달 전 하동지역 한 요양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2명이 혼자 힘으로 전혀 거동을 못 하는 90대 치매 환자 입에 의료용 테이프를 강제로 붙여 학대한 일이다. 이들 요양보호사는 '옹알' 거리는 소리를 내서 옆에 있는 환자들에게 방해를 준다는 이유 등으로 강제로 의료용 테이프를 환자 입술에 붙였다고 했다. 학대 수위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어나서는 안 되는 행위였다. 당연히 의사나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서 해야 하는 규정도 어겼다.

노인 학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센터장은 절차에 따라 신속히 관련 기관 등에 신고하고, 보호자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학대를 한 요양보호사 2명은 자진 퇴사하는 것으로 책임을 졌다.

최근 이번 건을 조사했던 경남도서부권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은 테이프를 입에 붙인 행위가 환자에게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며 가벼운 노인 학대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하동군에 통보했다. 하동군도 센터장이 관련법에 따라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등 절차를 충실히 따랐다며 행정처분은 내리지 않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렇게 이번 노인 학대 사건은 마무리됐으나, 노인 학대를 보고한 직원들의 문제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이번 노인 학대 사건은 학대 행위를 한 요양보호사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 요양보호사와 담당자의 보고로 드러났다. 이들이 절차에 따라 보고하지 않았으면 그냥 묻힐 뻔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보고했던 요양보호사는 심적 고통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만뒀다. 담당자 역시 고통을 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센터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내부 직원들에게 알려진 이후 동료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소위 '왕따'를 당했다는 것. 담당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도 했다. 센터장은 이들이 주장한 부분을 모두 부인했으나 이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직원 간 보이지 않는 틈이 충분히 상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 요양원의 문제만은 아닌 듯했다. 여러 요양원에서 근무했던 다른 곳 요양보호사는 충격적인 말을 들려줬다. 일부 요양원에서 종종 노인 학대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만, 이를 보고한 사실이 내부에 알려지면 다른 직원들의 시선이 달라져 근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보니 보고하기를 꺼린다고 했다. 비리나 사회 부조리 등을 고발했다가 일부 삐뚤어진 시선과 냉대 등으로 고충을 당했던 공익제보자들의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요양원에 근무하는 대부분 요양보호사는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고 있을 것이다. 일부 요양원에 국한된 일이라고 하지만, 노인 학대 의심을 절차에 따라 보고하는 자체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직장 내 병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더욱이 요양원만을 믿고 환자를 맡기는 보호자들의 절실한 마음을 생각한다면 이번을 계기로 일선 요양원의 철저한 환자 관리와 직원 대상 노인 학대 관련 교육 강화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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