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머뭇거렸다. 난감해했다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지난 18일 도청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통합돌봄서비스 출범식 한 장면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AI 돌봄서비스를 먼저 시행한 6개 시·군 복지담당자들, 취재 기자들, 그리고 SK텔레콤 모델인 김연아 씨를 보러 온 이들까지 들어찬 도정회의실은 북적였다.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가정에 AI 스피커를 설치해 돌봄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실제 구조 사례 소개와 시연도 했다.

송도근 사천시장은 AI 스피커에 대고 날씨를 물었다. 스피커는 하늘, 기온부터 미세먼지까지 자세한 설명을 했다. 김지수 도의회 의장은 박상철의 '무조건'을 틀어달라고 했다. 곧바로 음악이 울리자 참가자들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했다.

응급상황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시연은 김 지사 차례. 김 지사는 "요즘 제가 처지가 곤궁하다"고 머쓱해하며 "살려줘~"라고 했다. 난감한 상황인데 주위에서 웃음소리까지 터져 나온 상황은 참 얄궂었다. 옆에 앉은 김연아 씨는 무슨 일인지 몰랐겠지만 말이다.

김 지사는 인터넷 댓글조작 '드루킹 사건'에 지방선거 이전부터 엮여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공개적인 자리에서 김 지사가 살려달라고 말하려니 얼마나 난감했겠나 싶다. 사람들은 웃고 넘겼지만.

김 지사가 올 1월 말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돼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77일간 도정은 공백이었다. 이후 도정은 안정을 찾았지만 앞날을 가늠할 수 없다.

김 지사뿐만 아니라 도민 모두 당사자다. 내년에 총선을 앞둔 상황이니 항소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12월 24일, 항소심 선고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항소심 판결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해피 크리스마스일까, 새드 크리스마스일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