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서울 퍼레이드 15만 명 참가
대구·전주 등도 규모 대폭 커져
커뮤니티 형성·소통 공감 유도
기독교계 반발에 충돌 빚기도

전국 곳곳에서 떠오른 '무지개 물결'이 이달 말 경남에서도 처음 떠오른다.

성소수자에게 올해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스톤월 항쟁' 50주년이며, 대만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해다. 또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사라지는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올해를 시작으로 '경남'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매년 축제를 열 것이라고 했다.

성소수자는 동성애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로 이해하면 쉽다. 레즈비언은 여성 동성애자, 게이는 남성 동성애자, 바이섹슈얼은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는 성전환자다. 뿐만 아니라 무성애 등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다른' 성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통틀어 성소수자라고 한다.

▲ 지난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성(性)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성(性)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양성 넓히는 계기" =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다기능적 성격을 갖는다는 평가가 있다. 단순히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장 요구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고, 특히 지역 정치·행정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 도시의 '다양성'을 형성하는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홍예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연구보조원은 <지방 도시의 퀴어 축제를 통해 형성된 다양성 레짐 : 대구, 제주, 부산을 사례로> 논문에서 "대구·제주·부산 등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지역에서 숨어 살던 성소수자에게 정체성을 드러낼 기회를 갖게 하고, 연대를 형성하게 했다"며 "퀴어축제를 기획하고 조직하는 활동가는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지역에서 논의되고 정책과 행정 영역에 반영되도록 목표한다. 지방정부는 축제를 반대하는 세력과 중재 과정에서 도시 다양성의 레짐(가치·규범·규칙 등) 형성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다.

대구지역을 예로 들면,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계명대·경북대·대구대·영남대 성소수자 동아리, 정의당·녹색당·노동당·민중당 대구시당, 대구경북인권연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연대회의,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민예총 등 수많은 단체와 연대했다.

또 2014~2015년 동성로 공간 사용을 두고 불허와 재허가를 반복하던 대구시는 2016년 들어 "소수자들 역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발표했다. 대구시는 헌법 가치에 어긋날 수 있다며 성소수자의 집회를 막지 않았고, 지난해 조직위가 요청한 공간보다 더 넓은 공간을 점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기도 했다.

◇점점 커지는 규모 = 지난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올해 20주년으로, 주최 측은 15만여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거리 행진(퍼레이드)은 2000년 50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7만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9년 100여 명에서 올해 1000여 명으로, 올해 두 번째 열린 광주퀴어문화축제는 2500여 명, 전주는 지난해 700여 명에서 올해 20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5월 28~3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동성결혼·동성애·서울퀴어문화축제 등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했다. 동성애가 사랑의 한 형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체 53%가 '그렇다', 3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19~29세, 30대, 40대는 '그렇다'는 답변 비율이 높았으며 50대 이상부터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많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인천·경기, 대전·세종·충청, 광주·전라, 대구·경북 등은 모두 '그렇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겼다. 경남·부산·울산은 그렇다가 46%, 아니다가 43%로 나타났다.

◇갈등도 적지 않아 = 전국 어느 곳이든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때 갈등이 적지 않다. 특히 기독교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성경에 따라 남녀 간 사랑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두고 반발하는 단체가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반대 집회를 하던 이들이 축제 참가자의 깃발을 찢고 깃대를 부러뜨리는 등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그해 퀴어문화축제에서 경찰관을 폭행했던 한 반대 집회자는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종교단체 회원들이 가로막아 행진이 지연됐고, 축제 참가자 얼굴을 무단으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2015년에는 한 교회 장로가 퍼레이드 행렬에 오물을 던지기도 했다.

도내에서는 바른가치수호 경남도민연합이 경남퀴어문화축제에 맞불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바른가치수호 측은 2만여 명을 결집해 "올바른 성 가치관, 남녀의 결혼, 도덕적인 가정"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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