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횡단 부자 이야기
지훈 군 일기 소재로 재탄생

"한 1년 정도 다녀올까?"/ "1년이면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엄마도 보고 싶을 텐데."/ "그럼 딱 두 달만 다녀오자. 학교도 빠지고 좋잖아?"/ "여행가면 진짜 학교 안 가도 돼요?"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40대 아빠의 모터사이클 유라시아 횡단 여행은 이렇게 시작했다. 지난 2017년 6월 11일에 출발해 그해 10월 12일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123일, 러시아에서 스페인까지 18개국 총 3만 2000㎞에 이르는 긴 여행길이었다.

김해에서 초밥집을 하는 최정환(48) 씨와 아들 최지훈(13) 군이 주인공이다. 이들 부자가 최근 여행 이야기를 담아 <유라시아 라이더>(소원나무, 2019년 10월)란 책을 냈다.

▲ 〈유라시아 라이더〉최지훈·최정환 지음.
▲ 〈유라시아 라이더〉최지훈·최정환 지음.

최 씨는 이미 지난해 3월에서 올해 4월까지 <경남도민일보>에 같은 내용을 연재했었다. 하지만, 이때는 아빠의 시선으로 적은 글이었고, 책은 아들 지훈 군이 자신의 일기를 토대로 적은 글이다. 읽다 보니 아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책 편집도 아이들 시선에 맞춰져 있다.

장기 모터사이클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아빠가 적은 일상은 아래와 같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잠깐씩 나타나는 가게에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인연이 되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멋진 풍경이 나오면 삼각대를 세워 두 명이 모두 나오게 사진을 찍고, 모터사이클 여행은 그런 생활의 반복이다." (236쪽)

모터사이클을 타고 육지를 통해 국경을 넘는 경험도 굉장히 신기했을 테다.

"유럽연합에 가입된 국가들끼리는 크게 국경을 두지 않는 모양이었다. 큰 트럭들만 세관 검사를 받느라 조금씩 줄지어 서 있었고, 일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기다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육지로 국경을 넘는 것도 여전히 신기한데 별다른 통제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놀라웠다." (250쪽)

이렇게 늘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독특한 경험을 해보는 게 일상이었겠지만, 책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우선 아무래도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다 보니 전 세계 라이더(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가 책 곳곳에 드러난다. 유명하고 큰 도시만 다녔다면 좀체 경험하기 어려운 우연한 친절들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 123일간 펼친 유라시아 횡단 여행의 종착지 발렌시아에서 찍은 사진.  /최정환
▲ 123일간 펼친 유라시아 횡단 여행의 종착지 발렌시아에서 찍은 사진. /최정환

"부제네와 가족처럼 지낸 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이었다. 짐을 챙겨 떠나려는데 부제 아빠가 우리 아빠에게 특별한 선물을 줬다. 몽골 전통 의상이었다. 부제 할머니는 몽골 술 한 병과 통조림 두 개, 과자 두 개, 사탕 두 봉지, 라면 세 개, 그리고 물 두 병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인데 너무 많이 주는 게 아닌지 한편으로 걱정됐다." (100~101쪽)

이런 사람들이 소개한 현지인들만 아는 멋진 장소들은 덤이다.

"멀리 한국에서 여행 오셨으니 제가 특별한 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여기서 조금만 가면 바닷속에 가라앉은 도시가 있어요. 그곳으로 갈 테니 천천히 따라오세요. 오마르 아저씨는 현지인만 아는 곳이라며 지도를 펼쳤다. 우리는 아저씨를 따라 시골길을 달렸다."(209쪽)

책을 읽고 나니 여행을 통해 아들 지훈 군이 부쩍 성숙해진 것이 느껴진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여느 어른 못지않다.

"아빠랑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 아빠 없이도 숙소 예약을 할 줄 알았고, 말이 잘 안 통해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여행 오기 전엔 지구 반대편 이곳이 마냥 멀고 넓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여행해 보니 어디에나 따뜻한 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살아가는 방식도 똑같다는 것까지." (293~294쪽)

여행을 다닐 때 초등학교 5학년이던 지훈 군은 올해 중학생이 됐다. 사춘기에 들었지만 여행 덕분인지 부자 관계가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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