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날 정부 규탄 거세
"국내 쌀 생산 기반 붕괴"
30일 전국규모 집회 예고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함에 따라 농민의 날을 맞아 농민단체들이 전국에서 정부를 규탄했다.

경남농민단체들은 11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WTO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은 원천 무효라며 오는 30일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직불제 개악 등을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 당시 당장은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이나 농민에 지원되던 각종 보조금 규정은 달라진다는 점에서 농민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농업보조총액(AMS)을 연간 1조 4900억 원까지 쓸 수 있다. 그러나 지위를 포기하면 지급 한도는 절반 수준인 7500억 원 안팎으로 축소될 수 있다. AMS가 줄어들면 올해 쌀 직불금 예산이 8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모든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이 감액될 수밖에 없다.

또 농민단체에 따르면 영세한 소농과 고령농이 70%에 달한다. 20년째 농가소득이 제자리걸음이며 연간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농산물 무역적자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수입 농산물 관세 감축에 따른 막대한 피해와 농업보조금 감축은 국내 농업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하고 농업농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란 위기론까지 제기된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이 11일 경남도청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규탄! 직불제 개악반대! 농민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선포식에 참가한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이 11일 경남도청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규탄! 직불제 개악반대! 농민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선포식에 참가한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특히 농민들은 정부가 이런 막대한 피해를 몰고 올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피해 예측과 대책이 없고 농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5건의 FTA를 52개국과 체결해 이행 중으로 수입 농산물이 범람하고 농산물 값은 폭락해 식량자급률이 21%에 불과한 상황이다.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면 관세 범위가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주요 쌀 수출국도 추가 관세 인하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어 쌀을 기반으로 한 국내 농업의 대폭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쌀 외에도 고추 270%, 마늘 360%, 양파 135% 등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선희 전농부경연맹 정책위원장은 "개도국 지위 포기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쌀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쌀 가격은 통상 국제 시세의 5배 정도라 정부는 쌀에 대해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사실상 벼농사가 전국 농민 50%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개도국 지위 포기로 농업농촌 경쟁력은 줄어들고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일 예산소위를 열어 정부안 2조 2000억 원 공익형직불금 예산을 3조 원으로 증액하기로 의결한 데 대해서도 강 위원장은 "3조 원에 대한 공감이 있다고 해도 협상하면서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것으로만 보인다. 개도국 지위 포기로 농업농촌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한 상황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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