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창원 진주 통영 밀양 준비
전문가 "지역 현황 진단 먼저"

"제가 다녀 본 지역 중에 광역단위에서 이렇게 정보 교류 자리를 마련한 사례는 처음인 거 같네요."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지난 5일 오후 2시 창원시 성산구 '카페 사파동' 2층에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마련한 도내 문화도시 추진도시 좌담회가 열렸다.

문화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도시브랜드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려는"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 제15조를 근거로 한다.

구체적으로 2022년까지 30개 내외로 문화도시를 지정해 5년간 최대 국비 100억 원을 지원한다. 올해 말에 1차로 5개 도시가 지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0개 도시가 지정 전 단계인 예비도시로 선정돼 올해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경남에는 김해시가 여기 포함돼 있다. 창원시, 진주시, 통영시, 밀양시도 앞으로 문화도시 지정을 받고자 사업을 추진하는 센터를 만들고 열심히 뛰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윤치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을 포함해 김종찬 창원시 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강동욱 진주시 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유용문 통영시 문화도시지원센터장, 이영준 김해 문화도시센터장, 장병수 밀양시 문화도시센터장이 참석했다. 각 시 센터 구성원과 진흥원 관계자들도 참관했다. 청주시, 포항시, 원주시, 서귀포시에 문화도시 관련 컨설팅을 했던 문화컨설팅 업체 바라 권순석 대표가 진행을 맡아 이야기를 듣고 조언해주는 형식이었다.

▲ 지난 5일 오후 2시 창원시 성산구 카페 사파동에서 열린 경남 문화도시 추진 5개 도시 좌담회. /이서후 기자
▲ 지난 5일 오후 2시 창원시 성산구 카페 사파동에서 열린 경남 문화도시 추진 5개 도시 좌담회. /이서후 기자

경남문예진흥원은 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가벼운 자리'로 준비했지만 참석자들의 고민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어찌 보면 서로 치열한 경쟁자인 5개 도시가 다른 일을 제쳐놓고 모두 참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문화도시 사업이라는 게 그럴싸하게 계획만 잘 세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도시 자체 문화를 탈바꿈하는 것이라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여러 도시의 문화도시 추진 과정을 지켜본 권 대표가 이날 '다들 심경이 여러모로 복잡할 것'이라고 위로한 이유다.

문체부가 제시한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라인'은 실질적인 도시 문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규모 시설 조성과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고 △관 주도의 상의하달식 지원이 아닌, 지역의 창의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출발하는 문화정책을 만들며 △지역사회 각 분야 리더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화협치, 시민주도형 도시문화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하도록 했다.

이날 문화도시 실무자들은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것과 그동안 행정 주도로 진행되던 사업 방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가장 어려워했다. "문화 도시를 하라니 다들 축제 만들고 원탁 토론하고 그러는데, 이게 아니라 우리 도시에서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더 갖춰야 할 게 뭔지 먼저 진단을 해보자고요. 이런 건 무슨무슨 협회나 단체 대표만 모아서 이야기를 듣는 대의제 협치가 아니라 시민 당사자들에게 직접 의견 구하는 당사자 협치로 할 수 있잖아요. 원인 생각해보고, 대안 생각해보고 그걸 5년 동안 하나씩 풀어보는 방식으로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거죠."

이런 조언을 하면서도 권 대표는 자주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행정에서 하는 사업 방식, 기존 행정이 이해하는 여가와 소비 중심의 문화 개념에서 벗어나는 게 사실 엄청나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좌담회는 문화도시 추진 실무자와 함께 각 시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이들도 함께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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