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두 아동문학가 첫 동시집
〈족집게 공부〉 아이가 삶 주인
김해 초등생 삽화 곳곳에 담아

▲ 〈족집게 공부〉유행두 지음
▲ 〈족집게 공부〉유행두 지음

아이들을 오래 지켜보지 않고서는 이렇게 쓸 수 없겠구나 싶다. 김해에서 활동하는 아동문학가 유행두(54) 작가의 동시집 <족집게 공부>(푸른사상, 2019년 7월)를 읽고 든 생각이다.

어린이다운 모습 그리기, 행복한 결말, 교훈 주기 등 아동 문학 창작방법론은 다양한데, 이 중 어린이다운 모습 그리기에 가장 가까운 작가가 아닐까. 예컨대 '용서'라는 동시를 보자.

"동생이 잘못했는데/ 나만 꿇어앉아 벌을 섰다/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 안 하고 싶었는데/ 발이 저려 왔다/ 한참이 지난 후/ 엄마가/ 이제 일어나도 좋아/ 엄마 뒤에서/ 눈치 보던 동생도/ 이제 일어나도 좋아/ 엄마 따라 말했다/ 한 마디 더 했다/ 형아, 미안해……// 내 마음이 사르르/ 웃고 말았다" ('용서' 전문)

▲ 동시집에 담긴 김해 지역 초등학생의 그림.
▲ 동시집에 담긴 김해 지역 초등학생의 그림.

이 시에서 엄마 뒤에서 눈치 보던 동생이 엄마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한 부분, 그리고 그 뒤에 형아 미안해라고 한 마디를 더 붙인 부분을 읽으면 저절로 미소가 나오고 만다. 교훈적이거나 교육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런 내용보다 더 많은 걸 담고 있다. 삶으로 삶을 가르친다고 해야 할까.

행갈이를 통해 시각적 효과를 높인 것도 인상적이다. 텔레비전이 할머니에게 가장 친한 친구라는 내용을 담으면서 시 모양을 텔레비전처럼 보이게 배치한 '텔레비전'이나 엄마와 아빠가 싸운 후 자기를 시켜 말을 전하는 과정을 무지개 다리로 표현하면서 실제 전하는 말을 세로로 무지개처럼 보이게 배치한 '다리' 등 여러 편에서 이런 방법을 썼다.

동시집 곳곳에 김해 지역 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시를 읽고 그린 그림을 담았다. 아이들과 함께 시집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다. 아동문학가가 된 지 10년도 지나서 낸 첫 동시집으로 의미가 더욱 살아나는 부분이다.

동시집과 비슷한 시기에 낸 동화집 <엄마 좀 부탁합니다>(가문비, 2019년 8월)는 이혼 가장을 소재로 한 가족 이야기다. 아이들 처지에서 쓰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고난을 당하고 모험을 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많다.

▲ 동시집에 담긴 김해 지역 초등학생의 그림.
▲ 동시집에 담긴 김해 지역 초등학생의 그림.

"엄마는 아직도 엄마가 부잣집 공주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빠와 이혼했고(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엄마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낡고 오래된 좁은 집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17쪽)

"부모님이 어떤 때 가장 행복해했는지 생각해 봤다. 엄마는 비싼 물건을 사고 나서 자랑할 때였던 것 같다. 하지만, 아빠 얼굴은 그때가 가장 불행해 보였다." (35쪽)

동화 속 주인공 아이는 결국 어느 산 속에 산다는 아빠를 찾아나선다.

유행두 작가는 2004년 경주문인협회 신라문학대상에 시가 당선되면서 시인이 됐다. 200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 같은 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의 길을 걷고 있다.

2017년에는 경남아동문학상과 <경남문학> 올해의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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