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조국 사태로 무엇을 얻었나 의문
성찰 없는 정치세력 언제든 심판받을 것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결단했을 때, 대통령 머릿속에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스쳤을지 모른다. 선거 개입 논란으로 노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며 절체절명 위기에 몰렸으나, 여권 지지층을 총결집시켜 이어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었던 그 2004년 말이다.

실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진행된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그 구성 등 여러 면에서 2004년 탄핵 반대 촛불을 연상시켰다. 이 집회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문재인 정부 지지층이었으며 '조국 수호'라는 구호에서 보듯 현 정권을 지키려는 목적이 컸다.

이게 아니면 문 대통령의 선택이 납득되지 않았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만 문제가 아니었다. 온 국민이 눈으로 본 것처럼 나라가 두 동강 날 게 뻔했다. 이건 조 전 장관을 지키고 다른 무엇을 내주는 식으로 협상과 타협이 가능한 싸움이 아니었다. 조 전 장관이 물러나느냐 마느냐 외에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검찰개혁이라는 명분도 순수성이 의심받을 게 뻔했다. 야권 일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비롯한 검찰개혁안이 조 전 장관 등 친문 정치세력을 호위하고 다른 정치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진위를 떠나 조 전 장관이 직을 유지하는 한 피할 수 없는 논란이었다. 여권은 자유한국당 등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심산인 듯하지만, 증폭되는 국민의 정치 환멸과 냉소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백기를 들었다. 그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 형식이라지만 문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사태는 향후 민심의 향배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먼저 국민 통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그간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다른 나라'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 힘입어 강도 높은 적폐청산을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이제 상황이 만만치 않게 됐다. 문재인 정부 정책과 국정운영 방식에 비판적인 계층 역시 상당수임이 확인된 이상, 이들을 끌어안고 설득해 국정을 펼치는 자세가 중요해졌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선은 통합을 강조하고 그에 걸맞은 리더십과 대안을 보여주는 사람이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

자기 성찰과 희생 없는 정치세력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진리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건 여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물론 아니다. 조 전 장관 사퇴로 '국민 승리' 운운하며 기세등등한 한국당이지만 한국당이 잘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허무하게 내주었던 당시 민주당 세력을 상기해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재·보궐선거 등 몇 번의 승리에 취해 오만하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다 박근혜에 패배했던 문재인 진영을 비롯한 그 민주당 세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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