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보다 3년 앞서 자치회 꾸려 운영 중인 '선진지'
"인건비 쓸 수 있어야 사례 연구 등 제대로 된 기능"
동별 주민참여예산위 통합·총회 권한 필요성 지적

경기도 시흥시는 이른바 '주민자치회의 선진지'로 꼽힌다. 경남에서 자치분권 운동을 하거나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이들 다수가 시흥이 '롤모델'이라고 한다. 시흥의 주민자치회 초석을 다진 이는 김윤식 전 시장이다. '자치분권' 실현 의지가 남달랐다고 한다. 시흥은 창원보다 3년 앞선 2016년부터 주민자치회가 꾸려졌다. 현재 18개 동 가운데 5개 동이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일 시흥시 대야동 주민자치회에서 박종식(57) 회장과 홍헌영(30·더불어민주당) 시흥시의원을 만났다. 주민자치회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지난 11일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주민자치회에서 박종식(왼쪽) 회장과 홍헌영 시흥시의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민병욱 기자
▲ 지난 11일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주민자치회에서 박종식(왼쪽) 회장과 홍헌영 시흥시의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민병욱 기자

◇"일상에서의 민주주의 전진 중요" = 홍 의원은 30대라는 나이도 눈에 띄었지만, 이력도 특이했다. 2016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대야동 주민자치회에서 마을활동가(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지금도 박 회장과 허물없이 지내는 까닭이다. 홍 의원은 전 시흥시자치분권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일상에서의 민주주의 전진'을 강조했다.

"민주화 운동으로 군사독재가 허물어졌습니다. 우리는 국가적인 이슈나 개혁적인 과제가 생기면 관심을 두고 참여도 적극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는 여전히 수준이 낮은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민주주의가 실행되는 주민자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지방행정과 관련해 우리 피부에 와 닿는 행정결정을 늘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지역사회를 보는 안목이 더 넓어질 것입니다.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눈도 더 '디테일'해질 것이고, 사고방식도 '상향식'으로 바뀔 것입니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전진시키겠다는 의식이 없으면 주민자치회도 기존 관변단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주민자치회 주인인 주민이 아닌 공무원들이랑 더 친해지려고 하고, 기존에 해왔던 봉사활동에만 치중하게 될 것입니다. 정치권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단위에서 행정과 일들을 경험한 이들이 더 많이, 더 쉽게 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루트가 많이 만들어져야 우리 사회가 더 튼튼해지리라 봅니다. 저는 그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박 회장은 시흥시와 인연이 각별하다. 1990년 시흥으로 이사를 왔는데, 결혼하고 7년 만에 시흥에서 아이를 낳았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스스로 나서서 마을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는 조직입니다. 주민들이 동네 일에 관심을 두고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초기엔 회의를 하면 기본 3~4시간씩 걸렸어요. 주민자치회에 대한, 자치분권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분들이 꼭 한두 사람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창원이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모두 10곳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주민자치회에는 다양한 계층이 참여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가락 하시는 분'들이 옵니다.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시려는 분은 성격이 부드럽고, 좀 둥글둥글하신 분들이 해야 합니다(웃음). 다만, 교육과 회의는 낮과 밤, 주말 등 다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종식(왼쪽) 회장과 홍헌영 시흥시의원이 주민자치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병욱 기자
▲ 박종식(왼쪽) 회장과 홍헌영 시흥시의원이 주민자치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병욱 기자

◇봉사 중심 아닌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장으로 = 대야동 주민자치회는 올해 경기도 주민자치박람회에서도 우수상을 받았다. 대야동에는 중학생이 주축이 된 청소년 주민자치위원 25명이 활동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지역을 위해,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창구 구실을 한다고. 봉사정신 함양은 '덤'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주민자치회와 관련해서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다.

"지방자치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인건비와 시설비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냥 봉사만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거죠. 인건비를 쓸 수 있어야 마을활동가들이 모범사례를 찾고 연구해서 위원들에게 조언도 하고, 사무국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시설비나 인건비는 행정에서 집행을 하고 인건비 문제는 주민세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주민자치회 활동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프로그램 유지에 급급하거나 봉사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활동하면 주민자치회도 그냥 일반 관변단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주민자치회는 '동의회' 역할에 걸맞은 활동을 해야 합니다."

홍 의원은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동별 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주민총회에서 결정된 마을계획이나 사업이 실질적인 연간 행정에 반영되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주민자치회 연장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의원이 되고서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주민총회를 통해 마을계획 등을 연간 행정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주민총회에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실질적인 주민자치회를 위해서는 동별 주민참여예산 조직과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흥만 해도 동별로 연간 2억 원의 주민참여예산이 나옵니다. 주민참여예산 제도 자체가 지방자치단체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예산 편성권을 지역 주민들이 함께 행사하는 거잖아요. 주민자치회랑 따로 움직일 이유가 없습니다."

이 밖에도 홍 의원은 주민자치회장 임기를 연임 1회만 하도록 규정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주민자치회장 임기는 2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주민자치회는 사람이 움직이는 겁니다. 회장이 어떤 의지를 갖추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3년 정도 지나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일할 사람은 더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회장의 임기도 동에서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주민자치입니다."

/자문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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