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사 복원 탓 이주 앞둔
김해시 봉황동·장시마을
주민 주도형 행사 돋보여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옛날에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는 다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중의 하나가 동네잔치다. 우연하게도 최근 세 번이나 동네잔치에 참여했다. 모두 김해 지역 마을인데, 공교롭게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라질 예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 3일 오후 6시 김해시 봉황동에서 열린 '봉황동, 우아한 달빛파티'가 가장 먼저였다. 동네잔치지만 특이하게 복장 규정이 있었다. 남자는 나비 넥타이, 여자는 드레스다.

연일 비가 제법 오던 때라 급히 천막을 치고 했는데, 비가 오든 말든 동네 분들이 많이 찾으셨다. 동네 할머니들도 대부분 드레스로 치장을 하고 오셨다.

잔치가 벌어진 곳은 김해시 봉황동 봉황동방송국 앞 골목인데, 이 주변은 최근 가야사 복원 사업에 따른 문화재 발굴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모두 떠나야 하는 지역이다.

"여기가 문화재 구역으로 편입이 되는 바람에 일부 정든 주민들이 떠나게 돼 아쉬운 마음으로 이곳을 택했습니다."

이날 장유가도주민협의회 허은 회장의 인사말에서 이날 잔치 장소가 주민들에게 주는 의미를 알 수 있다.

초대가수 하나 없이 동네 사람들만 참여한 공연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봉황동 아이들이 함께한 탭댄스 공연, 봉황동 주민들에게 친근한 목욕탕인 서부탕 사장님과 대구예술대에서 교수를 한다는 사위가 함께하는 색소폰 연주, 전통 악기인 대금 이수자가 연주하는 성인가요 가락은 서로 얼굴을 아는 봉황동 마을 잔치만의 즐거움이었다.

▲ 지난 11일 김해시 봉황동 동네 잔치 '봉황동, 우아한 달빛파티' 중 드레스를 차려 입은 할머니들 모습. /이서후 기자
▲ 지난 11일 김해시 봉황동 동네 잔치 '봉황동, 우아한 달빛파티' 중 드레스를 차려 입은 할머니들 모습. /이서후 기자

지난 11일 봉황동 회현종합상사 마당에서 열린 두 번째 '봉황동, 우아한 달빛파티'는 그야말로 우아함이 빛나는 자리였다. 이날은 누구에게나 공개됐던 첫 번째 잔치와 달리 동네 주민들 위주로 초청된 사람들이 모였다. 나비 넥타이와 드레스를 입고 와야 하는 규칙은 그대로였다.

한 달 만에 다시 드레스를 차려입은 동네 할머니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이날은 김성진 테너, 성정하 소프라노가 따로 또 함께 성악 공연을 벌였다.

지난 5일에는 김해시 대동면 장시마을에서도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3일부터 6일까지 마을회관에서 열린 동네 사진전의 개막식이었는데, 3일 행사가 태풍 미탁이 오면서 5일로 미뤄진 것이었다.

장시마을 역시 가야사 복원사업에 따른 문화재 발굴 지역으로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

▲ 지난 5일 김해 대동면 장시마을에서 사진전 개막식으로 열린 동네 잔치. /이서후 기자
▲ 지난 5일 김해 대동면 장시마을에서 사진전 개막식으로 열린 동네 잔치. /이서후 기자

이날 유충갑 이장의 인사말에 그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우리는 정말 잘 살아왔고, 행복했습니다. 문화재 때문에 그런 삶이 없어지고, 마을이 해체되는 일은 이젠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우리의 좋은 추억이 여러분의 좋은 기억이 되고, 우리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이 끝까지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장시마을 잔치에서도 초대 가수 같은 건 없었다. 대신 동네 어르신이 하모니카를 연주하거나 대동면 주민들이 참여한 기타 공연, 대동농협 색소폰 동호회 연주가 흥을 돋우었다. 어찌 보면 뻔하고 쉬운 노랫가락인데, 오히려 친근하기에 동네 어르신들이 더 신이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 번의 동네잔치는 사실 지역을 소중히 여기는 기획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봉황동, 우아한 달빛파티'는 봉황동에 회현종합상사를 만든 이들로, 오래전부터 김해 지역에서 재미난 일들을 벌여온 '재미난사람들'이 진행한 것이다. 또, 장시마을 사진전과 동네잔치는 김해 대동면 출신 젊은이들이 만든 대동사람들이란 기획팀이 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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