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 김해 장시마을 사진전
가야사 복원 탓 토지 수용 진행
청년들, 현재 모습 기록해 위로

김해시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 유충갑 이장에게서 초대장이 왔다. 마을이장이 왜? 마을회관에서 사진 전시회를 한단다.

"가을이 저 넓은 대동들판에서 황혼의 노을빛으로 불타오릅니다. 선조 때부터 익숙한 저 광경이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라진다고?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지?

▲ 김해시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 전경을 담은 옛 사진. /대동사람들
▲ 김해시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 전경을 담은 옛 사진. /대동사람들

장시마을은 예안리 고분군이 있는 곳이다. 가야시대 대규모 고분군으로 유달리 사람 뼈가 많이 발굴돼 고대 한반도 인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가야사 복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예안리 고분군 주변 장시마을이 문화재 발굴을 위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구역 내 토지와 주택이 무조건 수용된다. 쉽게 말해 장시마을 주민들은 모두 여지없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거다. 이미 2013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12필지(3407㎡)가 지정됐었고, 2016년에는 69필지(8523㎡)가 추가로 지정됐다.

가야사 복원사업이 힘을 얻으면서 지난해부터 사업 추진을 위한 보상 작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 김해시가 29억 원을 들여 예안리고분군 문화재 지정구역과 보호구역 터 매입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미 떠난 이도 제법 많아 현재 남은 건 15가구 정도. 이들도 지난 6월까지 이주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조그만 시골마을에 이제 남은 건 어르신들뿐. 김해 봉황동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문제가 이곳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 가야사 복원사업으로 사라질 김해 장시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 /대동사람들
▲ 가야사 복원사업으로 사라질 김해 장시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 /대동사람들

오랫동안 살던 마을을 떠나야 하는 어르신들이 새로 정착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아흔이 넘으신 분들은 이런 이야기도 하신다.

"내 몇 년만 있으면 죽을 낀데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안 될까?"

평생을 가난하게 살던 시골 어르신들이 겨우 마련한 '내 집'이다. 이런 집에 대한 애착도 분명히 클 것이다.

안타까운 노인들의 사연에 관심을 보인 것은 김해시 대동면 출신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이다. 이들은 장시마을을 찾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진전은 이런 와중에 기획된 것이다. 큰 도움은 되지 못하지만 적어도 지난 추억을 나누며 위로는 해드려야겠다는 취지다.

대동사람들 김경남 대표는 "많은 어르신이 현재 극심한 불안과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다"며 "보상금 운운하며 서둘러 내보내려 하기보다는 공익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내어주신 이들을 예우하고 감사와 위로를 보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가야사 복원사업으로 사라질 김해 장시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 /대동사람들
▲ 가야사 복원사업으로 사라질 김해 장시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 /대동사람들

장시마을 사진전은 사진작가가 마을 어르신들을 찍은 것과 어르신들에게 얻은 지난 사진들로 구성된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는 대동면 예안리 376-3번지 장시마을 회관이다. 전시는 3일부터 6일까지 열린다. 개막식은 5일 저녁 5시 길놀이로부터 시작하는데, 본 행사가 마을회관 앞 옛 이장 집 마당에서 진행된다.

이번 사진전은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2019 지역문화활동가지원사업(다함께 깔깔깔)'과 대산농촌재단 '2019 지역사회복지프로그램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문의는 전화 010-4719-7903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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