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하동 교량 명칭 갈등 씻고 화해
하지만 축제 깃발도 '네 구역 내 구역'

지난주 남해군과 하동군을 연결하는 노량대교를 건너다 의아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노량대교 양옆으로 설치된 가로등 주변에는 일정 간격으로 홍보 배너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지금은 10월 3일 삼동면 독일마을에서 열리는 맥주축제를 알리는 배너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노량대교 990m 전 구간이 아니라 남해군 쪽에서 하동 방향으로 일부 구간만 설치돼 있었다.

노량대교 전 구간 중 남해군 구역이 660m, 하동군 구역이 330m인데, 하동은 제외하고 남해군 구역에만 축제 배너가 설치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노량대교 인근에 있는 남해대교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구역에만 축제 배너를 단 것이 왜 의아스럽다고 했는지,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웃사촌이나 다름없었던 남해군과 하동군은 지난해 노량대교 명칭 선정을 앞두고 극하게 대립했다. 대립에 따른 갈등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 명칭이 확정된 이후에도 벌어진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두 자치단체는 지난해 9월 12일 노량대교 개통식을 계기로 상생과 화합을 다짐하면서 갈등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두 자치단체는 상생과 화합이라는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방안을 담은 협약을 체결하는 등 예전보다 더 끈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교류 행사를 한데 이어 △지역발전 현안사업 상생협력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력 △공무원 인적교류와 정책 우수사례 공유 △청소년 전통·문화·환경 체험 프로그램 운영 △지역환경문제 공동협력 등 5개 항을 담은 협약서를 교환한 것이다. 이처럼 두 자치단체의 상생과 화합 모습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외 홍보에도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

이런 상황에서 노량대교에 설치된 축제 배너 사례는 그동안의 상생과 화합이 구호에만 그친, 상생과는 거리가 먼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실제로 협약 이후 두 자치단체의 협약 이행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역쓰레기매립장 사업만 협의가 진행 중이고, 윤상기 하동군수와 장충남 남해군수가 최근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을 함께 방문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노량·남해대교 축제 배너 설치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간단한 문제다. 두 자치단체의 관계 공무원이 전화 통화나 공문 한 장 정도만 보내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안 한 것은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축제 배너를 설치하는 사소한 문제로 두 자치단체의 상생과 화합이 헛구호에만 그친다고 지적하는 걸 두고 너무 확대해 해석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사소한 문제라서 그냥 무시하는 건 그동안 상생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규모가 큰 교류 사업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만큼 성과로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이번을 거울삼아 바로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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