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시는 이세만을 끼고 있는 도시다. 큰 바다에서 이세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길이가 약 7.6㎞, 높이 5m나 되는 대규모 방조제가 있다. 방조제는 가운데 약 90만 평 규모의 인공섬을 중심으로 두고 양쪽으로 날개를 편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거대한 방조제는 태풍 해일로부터 이세만 일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던 태풍 '사라'. 1959년 9월 17일 추석 때였다. 그리고 불과 열흘 후 일본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이 있었다. 바로 태풍 '베라'였다. 일본에서는 '이세만태풍'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피해가 큰 태풍에 별도의 이름을 붙인다.

9월 26일 오후 9시께 만조와 맞물려 이세만으로 상륙한 태풍은 오후 11시께 나고야를 빠져나갔다. 2시간 만에 나고야시 일대가 초토화됐다. 당시 태풍은 중심기압 930hPa, 최대 순간 풍속이 50㎧를 넘었다. 기압 차이 때문에 이세만 안쪽 바다와 바깥 바다 해수면의 높이가 최고 60cm까지 차이가 났다. 해일이 일어났다. 해안을 따라 설치되어 있던 3.5m 높이 제방은 무용지물이었다. 제방은 해일에 쉽게 무너졌다. 나고야 시가지 약 3만1000㏊가 침수됐다. 침수지 수심이 6m나 되는 곳도 있었다. 무너진 제방을 넘어 들어온 바닷물이 최장 120일 동안 빠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나고야 항과 강이 만나는 곳에 원목 야적장이 있었다. 이곳에 적재되어 있던 대량의 원목이 해일을 타고 시가지를 덮쳤다. 이세만태풍으로 나고야시에서만 1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을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약 4700명이 숨지고 401명이 행방불명됐다. 6만 4700여 명이 부상했다. 4600가구가 흔적도 없이 쓸려나갔다. 14만 2500가구 주택이 파손됐다. 약 160만 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마렸했다. 5년 후인 1964년 9월 7일 거대한 방조제가 완공됐다.

태풍 '매미'가 마산만을 덮친 지 16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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