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서 각종 전시 열린 데 착안
경남 도큐멘타전 일부로 재현
주말 커피·공연 함께 즐길수도

지금 경남도립미술관 3층 전시홀에 가면 추억의 다방이 있다. 1950, 60년대 다방을 재현해 만든 수림다방이다. 옛날 신마산에 있던 수림다방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관계가 없다.

이 다방은 3층에서 경남도립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경남도큐멘타 I - 기록을 기억하다' 아카이브 전시의 한 섹션으로 마련한 것이다. 1950, 60년대 경남 지역 예술을 정리한 것인데, 다방은 이 전시의 중요 섹션 중 하나다.

"1950, 60년대 경남 미술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시가 다방에서 이뤄졌어요. 그래서 다방을 조명하지 않고 이 시대 예술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경남도립미술관 3층에 마련된 '수림다방'. '경남도큐멘타 I - 기록을 기억하다' 아카이브 전시 중 일부로 1950∼60년대 다방을 재현했다. 낡은 금고와 주판이 눈에 띈다. /이서후 기자
▲ 경남도립미술관 3층에 마련된 '수림다방'. '경남도큐멘타 I - 기록을 기억하다' 아카이브 전시 중 일부로 1950∼60년대 다방을 재현했다. 낡은 금고와 주판이 눈에 띈다. /이서후 기자

이번 전시를 준비한 김재환 학예사의 말처럼, 당시 다방은 요즘으로 치면 복합문화공간 노릇을 했다. 문학과 미술이 만난 시화전을 가장 많이 했고, 미술 전시나 문학의 밤, 영화의 밤, 출판기념회를 포함해 환송회, 환영회, 동창회 같은 각종 모임도 자주 열렸다.

전시의 한 부분이지만, 수림다방은 단순히 보여주려 만든 게 아니다. 주말에는 실제 장사를 한다. 또, '남도극장'이란 이름으로 연극, 무용, 음악 공연, 시 낭독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1일 오후에는 창동예술촌 주변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로스터리 카페 '타타타'가 다방 운영을 맡았다. 일부러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타타타 운영진은 자체적으로 1950, 60년대 분위기에 맞춰 소품과 메뉴를 준비했다.

커피, 쌍화차, 팥토스트를 팔았는데, 예를 들어 커피는 원두커피를 달콤하고 고소한 다방 커피 맛이 나도록 만들어 팔았다.

▲ 경남도립미술관 3층에 마련된 '수림다방'. 주말이면 도내 유명 카페에서 커피 등 다양한 식음료를 판매한다. 지난 21일 마산 카페 타타타가 내놓은 메뉴. /이서후 기자
▲ 경남도립미술관 3층에 마련된 '수림다방'. 주말이면 도내 유명 카페에서 커피 등 다양한 식음료를 판매한다. 지난 21일 마산 카페 타타타가 내놓은 메뉴. /이서후 기자

이날 태풍 예보가 있었지만, 제법 많은 이들이 수림다방을 찾아 옛날 분위기를 즐겼다. 이날 하루만 장사를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굉장히 아쉬워할 정도였다.

타타타에 이어 주말마다 지역의 이름난 카페들이 수림다방에서 커피를 판다. 10월 5일에는 진주에 있는 유서 깊은 카페 다원, 10월 19일에는 창원대 앞 카페 오색, 11월 2일에는 마산에서 커피 잘하기로 소문난 몬스터 로스터리에서 수림다방을 운영한다.

이 외 29일, 10월 13일과 27일, 11월 10일 오후에는 경남도립미술관 1층에 있는 실버카페 아리에서 운영을 맡는다. 다방 운영 시간은 오후 1시에서 5시까지다. 계산은 현금과 계좌이체만 되니 가기 전에 미리 현금을 준비하는 게 좋다.

수림다방 앞에서 열리는 남도극장은 28일 오후 3시 진주 극단 현장 최동석 배우가 1인극 〈벚꽃엔딩〉으로 시작한다. 국내 최고 연극배우 중 한 명으로 감동과 웃음이 보장된 작품이다. 이어 29일에는 진해 흑백다방 대표인 유경아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가, 10월 12일에는 진주 USD현대무용단의 춤 공연이, 11월 9일에는 고승하 작곡가의 공연이, 11월 23일에는 이광석 원로시인의 시 낭독회가 진행된다.

▲ 경남도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경남도큐멘타 I - 기록을 기억하다' 아카이브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수림다방'은 전시 중 일부로 1950∼60년대 다방을 재현한 공간이다. /이서후 기자
▲ 경남도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경남도큐멘타 I - 기록을 기억하다' 아카이브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수림다방'은 전시 중 일부로 1950∼60년대 다방을 재현한 공간이다. /이서후 기자

수림다방을 찾으면서 3층 4, 5전시실에서 열리는 '경남도큐멘타 I - 기록을 기억하다' 전시도 둘러보자.

5전시실은 종군화가, 흑마회, 마산종합문화제, 다방, 상남영화제작소 섹션으로 이뤄졌는데, 제법 정리가 잘되어있고 볼거리가 많다.

특히 상남영화제작소 영상 중에는 3·15의거 당시 마산시내를 행진하는 학생들, 갓 매장한 김주열 열사의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 어머니 권찬주 여사의 모습, 문신을 전국적으로 알린 문신 도불전, 제1회 마산종합문화제 등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영상들이 많다.

또, 제4전시실에서는 수시로 우리나라 1세대 영화감독 김기영 감독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1955년)와 그의 다큐멘터리 <나는 트럭이다>(1953)가 상영되고 있다.

전시(수림다방 설치)는 12월 4일까지다. 29일까지는 가을여행 주간으로 관람료가 없다. 문의는 전화 055-254-4633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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