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키우는 일부 매체 보도 민망
기업·지자체는 차분한 대응 '대조'

'일본 백색국가 제외, 공작기계 타격 불가피…창원이 떨고 있다'.

'기계 핵심 91%가 일본산인데…日 규제 땐 눈덩이 피해 불 보듯'.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창원 지역 경제를 우려한 기사의 타이틀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7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한국으로 수출하는 1100여 개 전략물자 가운데 일부 품목이 개별 심사와 허가 대상에 포함되는 규제를 받게 됐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와 관련해 언론들은 하나같이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창원은 국내 최대 기계산업 중심지라는 점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일부 언론의 우려도 이해는 간다. 공작기계를 만들 때 필수로 쓰이는 수치제어반은 10대 가운데 9대가 일본 제품일 정도로 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리 프로그램된 수치와 경로에 따라 기계를 제어하는 일종의 제어장치인 수치제어반은 일본 제품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의존도가 91.3%(2018년 기준)나 된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실제로 창원기업은 떨고 있을까? 그래서 공작기계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창원지역 대기업에 물어봤다. 언론에서 보도한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공작기계(machine tool)의 핵심 소프트웨어 수치제어반(CNC)은 한국화낙을 통해 공급받는데 현재로선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언론의 호들갑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수치제어반은 개별허가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위기'만을 강조하면 일본 측에 우리의 아킬레스건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고 항변했다.

취재 결과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절제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다만, 기업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성'이었다. 일본이 언제든지 원하는 품목에 대해 수출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

실제로 기계 업종뿐 아니라 자동차·전자·석유화학 등 도내 주요 기업들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기업들은 자체 대응팀을 꾸리고 지방정부와 관련 단체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창원시도 '일본 수출규제 대응본부'를 마련해 위기상황을 점검하고, 긴급 연구개발(R&D) 지원 자금 투입, 긴급 경영자금과 시설자금 지원 등 모두 16개의 단기·중장기 대응책을 발표하는 등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대놓고 불안감을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기업인이나 관련 종사자 모두 살얼음판 분위기일 테다. 이럴 때일수록 담담하게 이들을 응원하는 게 언론의 몫이 아닐까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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