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농항서 3.9㎞ 뱃길 10분 소요
진해만·부산신항 손에 잡힐 듯
우거진 산책로 싱그러움 가득
300살 넘은 곰솔 웅장함 그자체

금단의 섬이 빗장을 풀었다. 거제시 저도 얘기다. 1972년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가로막힌 지 47년 만이다.

17일 오후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은 저도 시범 개방 첫날을 맞아 섬에 들어가려는 탐방객으로 붐볐다.

사람들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날씨도 좋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었다.

궁농항에서 바라본 저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거리로는 약 3.9㎞ 떨어져 있다. 그만큼 지척이다. 하지만, 한 번 닫힌 섬이 다시 열리기까진 물리적 거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돼지를 닮은 섬' 저도는 궁농항에서 뱃길로 10여 분 만에 닿는다. 일제 강점기에는 군사기지로, 그 이후에는 '대통령 쉼터'로 쓰이면서 금단의 섬으로 불린 곳이다.

▲ 거제 저도가 1972년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가로막힌 지 47년 만에 개방됐다. 사진은 저도 부두에서 왼편으로 걸어들어가면 나타나는 3(콘도)관 부근.  /이동열 기자
▲ 거제 저도가 1972년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가로막힌 지 47년 만에 개방됐다. 사진은 저도 부두에서 왼편으로 걸어들어가면 나타나는 3(콘도)관 부근. /이동열 기자

탐방객 200여 명을 태운 유람선은 기쁨을 안고 바다 위를 달렸다. 아직 제대로 된 접안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해군이 사용하는 계류 부두에 배를 댔다.

저도의 첫인상은 싱그러웠다. 키 큰 해송 등 상록수가 우거져 푸르렀다. 섬 안에는 소나무 말고도 편백, 소사나무, 졸참나무, 굴피나무 등이 자란다.

부두에서 걸어 들어가면 안내소(위병소)가 나오고 갈림길을 마주한다. 왼편으로는 3(콘도)관과 4·5관(장병 숙소)이, 오른편으로는 1관(대통령 별장)과 2관(수행원 숙소)이 있다.

여기서 보는 바다 풍광도 색다르다. 경남·부산지역 경제 한 축인 진해만과 부산신항이 한눈에 담긴다.

고개를 섬 쪽으로 돌리면 안내소 뒤로 아담한 골프장이 나타난다. 이번에 '연리지정원'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저도 산책로는 섬 왼편부터 시작해 3관과 제2전망대를 지나 2분기점까지 올랐다가 오른쪽 능선을 따라 내려와 골프장과 모래 해변을 거쳐 한 바퀴 도는 코스다. 나무가 많아 산책로 대부분이 그늘이다.

▲ 저도 시범개방 첫날인 17일 탐방객들이 유람선에서 내리고 있다.  /이동열 기자
▲ 저도 시범개방 첫날인 17일 탐방객들이 유람선에서 내리고 있다. /이동열 기자
▲ 저도 산책로는 나무가 많아 대부분이 그늘이며 여느 뭍에 있는 숲길보다 빼어나다.  /이동열 기자
▲ 저도 산책로는 나무가 많아 대부분이 그늘이며 여느 뭍에 있는 숲길보다 빼어나다. /이동열 기자

3관을 지나 숲길로 접어들면 오르막을 따라 덱이 깔렸다. 찬찬히 계단을 오르면 황톳길이 나타난다. 푹신한 양탄자를 깐 듯 나긋하다.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내 제2전망대를 만난다.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이 멋지다. 거가대교를 배경으로 푸른 남해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전망대 옆에는 옛 일본군 포진지가 있고, 바닷가 쪽에는 철조망이 쳐졌다.

산책로 모습은 여느 뭍에 있는 숲길보다 빼어나다. 피톤치드 짙은 숲 내음에 새소리가 곁들여져 걷는 맛이 일품이다.

발걸음을 재촉하면 분기점을 지나 저도를 대표하는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1637년생 곰솔(해송)로 나이가 300살이 훌쩍 넘는다. 저도에 자생하는 소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높이 30m, 둘레 3.5m로 덩치도 어마하다. 탐방객 여럿이 기념 촬영을 한다.

여기서 더 가면 내리막이 시작되고, 보도블록 깔린 반듯한 길 아래로 골프장이 다시 나타난다. 골프장 뒤를 돌아 나가면 박근혜 정부 시절 '저도의 추억'으로 이름난 모래 해변이다. 거가대교 3주탑 사장교와 바다 건너 거제 본섬이 앞마당처럼 가깝다.

▲ 산책로 분기점을 지나면 저도를 대표하는 1637년생, 300살이 훌쩍 넘는 곰솔이 나타난다. 탐방객들이 곰솔을 껴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동열 기자
▲ 산책로 분기점을 지나면 저도를 대표하는 1637년생, 300살이 훌쩍 넘는 곰솔이 나타난다. 탐방객들이 곰솔을 껴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동열 기자

이번 개방 범위에서 빠진 대통령 별장은 소나무로 둘러싸여 밖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바닷가를 따라 잠시 걸으면 출발했던 안내소가 나타난다. 47년간 간직한 비밀을 오롯이 맛보기엔 짧은 시간이다.

시는 국민 품으로 돌아온 저도를 새로운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저도 개방은 거제시민의 숙원이었다"며 "앞으로 편의·테마 시설을 잘 갖춘 남해안 최고 관광명소로 만들어 모든 국민이 저도의 아름다움을 즐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국방부·해군·경남도·거제시 등 5개 관계 기관은 내년 9월 16일까지 1년간 시범 개방 기간이 끝나면 운영 성과 등을 분석해 전면 개방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