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곤 당시 창원시장 예비후보 프로야구단 재추진 필요성 주장
KBO 2개 팀 추가 창단 추진에 박완수 시장 당선자 적극 검토
창-마-진 '갈등 해소 카드'부상, 시 신생구단 유치 추진위 출범
2011년 엔씨소프트 9구단 확정, 프로야구 출범 이후 30여 년만

마산·창원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은 1980·90년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논리 등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역설적으로, 2010년대 창단 재추진은 지역 정치권 역학 관계 속에서 피어올랐고, 실제 현실화했다. 그 기점이 2010년 6월 지방선거, 그리고 7월 통합 창원시 출범이다.

-지방선거, 통합 창원시 출범-

2010년 상반기, 옛 창원·마산·진해는 이명박 정부 행정구역 자율통합에 따라 '통합 창원시' 출범을 예고하고 있었다. 6월 지방선거가 '통합 창원시장'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완수 기존 창원시장이 유력 주자였다. 황철곤 마산시장도 뛰어들었다. 황 시장은 열세 분위기 속에서 특별한 뭔가를 필요로 했다.

황 시장이 4월 8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가 내놓은 카드는 '프로야구단 창단'이었다.

"통합 창원시는 인구 108만 메가시티로 탄생할 예정입니다. 그에 걸맞은 브랜드 가치 창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창원 연고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할 것입니다. 통합 창원시는 서울 잠실, 부산 사직, 인천 문학구장에 이어 전국 4위 규모 마산야구장(2만 명 수용)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활용도가 매우 낮은 현실입니다. 프로야구단 창단으로 구장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 것입니다. 감독·선수는 지역 출신으로 영입해 통합 시민 자랑거리가 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황 시장은 프로야구단 창단 첫해 예산을 300억 원으로 잡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가입비 100억 원, 연간 운영비 200억 원이다. 그는 이 돈을 △국내 대기업 참여 △시민주 △기업체 스폰서 △통합시 인센티브 활용 등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 2010년 4월 13일 경남야구협회가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통합 창원시 연고 프로야구단 창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셋째가 황칠석 당시 경남야구협회장.   /경남도민일보 DB
▲ 2010년 4월 13일 경남야구협회가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통합 창원시 연고 프로야구단 창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셋째가 황칠석 당시 경남야구협회장. /경남도민일보 DB

그리고 며칠 후인 4월 13일. 경남야구협회가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칠석 당시 경남야구협회장이 전면에 섰다.

"마산야구장은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자이언츠의 보조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간 6경기 정도만 열릴 뿐입니다. 지역민 야구 열기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황철곤 예비후보가 밝혔듯 시민 주주 형태의 지역 연고 팀 창단을 추진해야 합니다. 통합 창원시장이 누가 되든 프로야구단 창단에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황철곤 마산시장이 화두를 던지고, 황칠석 경남야구협회장이 바람몰이에 나서는 형태였다. 당시 경남야구협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야구인은 이렇게 전하기도 했다.

"사실 협회에서 사람들을 모아보라고 해서 급하게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내용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했고요."

이후 황 시장은 통합 창원시장 한나라당 후보 공천에서 탈락했다. 예상대로 박완수 창원시장이 본선에 올랐다.

이런 분위기에서 상황은 의외 방향으로 흘러갔다. 6·2지방선거를 일주일가량 앞둔 5월 말, 김두관(무소속·야권 단일) 도지사 후보가 '도내 연고 프로야구단'을 언급한 것이다. 김 후보는 '마산 도시재생 프로젝트' 세부 공약으로 '민간 주도 프로야구단 창단 지원'을 공약화했다. 하지만 구체성은 떨어졌다. 한 표가 아쉬운 측면에서 부랴부랴 마련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시 김 후보는 이달곤(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던 터였다.

김두관 후보는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해 7월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김두관 도정'은 야구단 관련해 슬그머니 발을 빼는 분위기였다. 당시 도청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야구단 창단은 도지사가 하겠다고 공약한 사항이 아닙니다. 선거 당시 '야구단 창단 관련 움직임이 있으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다소 와전된 것 같습니다."

지역 야구인들이 다시 한숨을 내쉬려 할 때,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전 분위기가 일었다. 박완수 후보가 당선돼 시정을 이끄는 '통합 창원시'였다.

-창원시·KBO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2010년 10월. KBO가 '8개 구단 체제에서 2012년까지 2개 팀을 더 창단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프로야구 관중 증가로 덩치를 키울 호기였다. 허구연 당시 KBO 발전실행위원장은 유력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통합 창원시'를 언급했다. KBO는 창원시와 이미 사전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KBO가 먼저 제안했고, 창원시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창원시 처지에서는 통합 이후 기존 창원·마산·진해 지역민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필요했다. '프로야구단'은 이를 충족할 매력적인 카드였다. 무엇보다 당시 창원시는 '통합청사' 위치를 놓고 창·마·진 지역 갈등을 빚고 있었다. 지역 안배를 위해 '통합청사'에 버금가는 뭔가가 더 있어야 했다. 당시 창원시의원, 시 관계자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야구장은 통합청사 문제와 연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규모 면만 보더라도 통합청사와 비교해 절대 모자라지 않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창원 연고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은 이전과 다르게 급물살을 탔다.

10월 26일, 창원시·KBO가 양해각서 체결로 첫 단추를 끼웠다. 창원시가 구장 확보 등 행정적 지원을, KBO가 운영 기업을 찾기로 했다.

▲ 2010년 10월 26일 서울 야구회관에서 열린 창원시-KBO의 '제9구단 창단 관련 양해각서' 체결식. 박완수(오른쪽) 창원시장이 유영구 KBO 총재와 협약서에 서명하고 나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
▲ 2010년 10월 26일 서울 야구회관에서 열린 창원시-KBO의 '제9구단 창단 관련 양해각서' 체결식. 박완수(오른쪽) 창원시장이 유영구 KBO 총재와 협약서에 서명하고 나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
▲ 2010년 11월 29일, '신생 프로야구단 창원시 유치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허구연(오른쪽)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 정기방 창원시 문화체육국장으로부터 추진위원 위촉장을 전달받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2010년 11월 29일, '신생 프로야구단 창원시 유치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허구연(오른쪽)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 정기방 창원시 문화체육국장으로부터 추진위원 위촉장을 전달받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11월 29일, 창원시는 '신생 프로야구단 창원시 유치 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열며 얼개 짜기에 들어갔다. 허구연 KBO 발전실행위원장이 이 회의에도 참여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시는 '창원 연고 프로야구단 로드맵'을 마련했다. 2012년 2군 리그 참여, 2015년 새 야구장 건설 등이었다. 그 사이 몇몇 기업이 프로야구 창단 의향을 나타냈다. 온라인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2011년 2월 8일, KBO 이사회가 마침내 '창원 연고 9구단 엔씨소프트'를 확정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30여 년 만에 경남 연고 구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 2011년 3월 31일 '엔씨소프트 제9구단 창단 승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유영구 KBO 총재, 김택진 엔씨소프트 구단주, 박완수 창원시장, 김이수 창원시의장이 KBO 회원 가입 인증서 수여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2011년 3월 31일 '엔씨소프트 제9구단 창단 승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유영구 KBO 총재, 김택진 엔씨소프트 구단주, 박완수 창원시장, 김이수 창원시의장이 KBO 회원 가입 인증서 수여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그해 3월 창원에서 열린 창단 승인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엔씨소프트 고향은 창원입니다. 3개 지역이 통합한 창원시가 야구로 화합할 수 있도록, 감동 드라마를 선사하겠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이후 구단명 공모로 공룡을 의미하는 '다이노스(DINOS)'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우여곡절도 이어졌다. 창원시는 시의회에서 제기된 '신규 야구장 건설 필요성' '재원 부담을 모두 시에서 떠안아야 하는가' 등을 놓고 논란을 빚었다. 2011년 6월 28일, 시의회가 '프로야구 9구단 협약서 체결 동의의 건'을 어렵게 처리하면서 '창원시 프로야구단 유치'가 최종 마무리됐다.

NC다이노스는 이상구 단장, 이태일 대표이사 체제하에 팀 꾸리기에 나섰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감독에는 김경문이 선임됐다. '김경문호'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 2011년 9월 6일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이태일 대표이사, 김경문 감독, 이상구 단장. /경남도민일보 DB
▲ 2011년 9월 6일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이태일 대표이사, 김경문 감독, 이상구 단장. /경남도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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