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전시관 있지만 위상 하락
강남 등으로 전시공간 다원화
젊은 작가 비용부담 여전 '지적'
도립미술관 서울관 형태 제안
타지역 갤러리 제휴 등도 방법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이서후 기자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이서후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인사동 거리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이날 인사동에 운영 중인 지역 갤러리 몇 곳을 둘러봤다. 현재 인사동 마루 건물 3층에 'G&J 광주·전남 갤러리', 원 빌딩 4층에 '갤러리 경북', 인사동의 중심 건물인 인사아트센터 6층에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 4층에 '부산갤러리'가 있다. 광주·전남이 한 갤러리를 쓰고 있으니 정확하게 5개 광역자치단체가 4개 갤러리를 운영하는 셈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운영하는 JMA 스페이스 외에는 모두 지역 미술협회가 운영하고 있다. 다들 전시가 한창이지만, 둘러보는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인사동 지역 갤러리를 둘러본 것은 지난달 9일 경남도의회 제36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중 신상훈 의원(문화복지위원회)의 5분 발언이 계기가 됐다.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G&J 광주·전남갤러리.  /이서후 기자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G&J 광주·전남갤러리. /이서후 기자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경북.  /이서후 기자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경북. /이서후 기자

 

◇"인사동 전시는 지역 미술인들의 로망" = "저는 오늘 경남 미술이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인싸'로 거듭나기 위해 서울 인사동의 '경남갤러리' 설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소문으로만 돌던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남갤러리(가칭)'란 명칭이 공식적으로 거론된 순간이었다. 인싸는 요즘 유행어인데,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 무리를 겉도는 아웃사이더와 반대로 무리 안에서 잘 노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미술 하는 사람이라면 인사동에서 전시를 해야 미술계에서 '인싸'가 된다는 취지다.

"지역 미술인들에게는 공통된 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1번지인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사동 전시장의 평균 대관료는 1주일 기준으로 600만 원을 호가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금액이며, 청년 및 신입 작가들에게는 턱없이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그러니까 '지역 미술인들의 로망'인 서울 인사동에 갤러리 공간을 도비로 임차해 실제보다 저렴한 대관료로 전시 기회를 주자는 말이다. 실제 경남갤러리는 지난해 말 당선된 천원식 경남미술협회 회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언제 끊길지 모르는 예술인 창작 지원금보다 차라리 서울에 전시 공간 하나 마련해 두는 게 확실한 예술인 복지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에서다. 실제 천 회장은 당선 후 여러 방면으로 인사동 갤러리 설치를 요청해 왔다.

다만 인사동에 대한 로망은 대체로 중견 이상 미술인들에게 다분해 보인다. 젊은 작가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인사동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  /이서후 기자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 /이서후 기자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부산갤러리.  /이서후 기자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부산갤러리. /이서후 기자

◇다양하게 분산된 미술시장 = 인사동에 로망이 있든 없든, 경남도가 지역 미술인을 위해 서울에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쨌거나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 반경과 기회가 넓어지기는 할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건 적어도 미술 분야에서 인사동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11일에서 14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경남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한 서울 지역 갤러리들에 물어보니 '(미술시장으로서) 인사동은 맛이 간 지 오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때 인사동이 중심이던 국내 미술시장은 이제 서울의 여러 지역으로 분산됐다. 케이옥션 같은 경매 회사가 모인 강남구 청담동 주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중심으로 국제, 학고재, 아라리오 같은 국내 대표적인 갤러리가 모인 종로구 삼청동 주변이 대표적이다.

미술전문지 <월간미술> 2015년 1월호(제360호)에 실린 특집 기사 '미술시장 변화가 인사동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를 보자.

"그간 우리 미술판의 터줏대감으로 인정받았던 인사동은 주축을 이루던 갤러리가 주변 사간동이나 통의동으로 이전하면서 그 지위를 잃었다. 반면 여타 신생 갤러리와 대안공간 등이 홍대 주변 그리고 청담동과 신사동 등 강남지역에서 개관해 예술 거리가 형성됐다. 따라서 미술현장의 중심은 와해되고 분화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국민일보> 2016년 11월 30일 자 '손영옥의 미술쇼핑 코너'는 심지어 이렇게도 표현했다.

"우리나라 화랑가 1번지는 어디일까. '인사동'이라고? 이렇게 답한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미술시장 변화에 좀 둔감했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에서 인사동 시대가 저물었기에 오히려 광역자치단체 갤러리들이 인사동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 인사동 중심에서 다원화된 미술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 인사동 중심에서 다원화된 미술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사아트센터 5층으로 추진 중 = 신 의원의 제안을 계속 살펴보자.

"특히 인사아트센터는 인사동의 랜드마크로 전시회를 개최하면 수많은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찾아와 한국 미술의 흐름을 관망한다고 합니다. 해당 건물 4층에는 부산과 6층에는 전북의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고, 광주·전남도 내년에 2층으로 이전 예정이라 합니다. 만약 해당 건물 5층에 경남도의 갤러리가 들어선다면 타 지자체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것입니다."

이 정도로 이야기가 구체적이면 이미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경남도는 '경남갤러리' 예정지로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5층을 추진 중이다. 1년 사업비를 약 10억 원 규모로 잡고 있는데, 월 임차료를 약 2000만 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확정된 예산은 아니다. 앞으로 예산 확보, 공간 임대차 계약, 운영 주체 선정, 학예사 채용 등 많은 과정이 남았다. 하지만,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차곡차곡 절차를 밟고 있다.

◇'인사동 경남갤러리' 역할 고민 깊어야 = 앞서 미술시장에서 인사동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그러니 인사동에 '경남갤러리'가 설치되더라도 지역 작가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고민을 더욱 깊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서울 인사동에 전시했다'는 경력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대관료를 싸게 해준다, 아니 아예 무료로 해준다고 해도 서울까지 작품 운송비, 교통비와 체류비까지 하면 아직 수입이 적은 젊은 작가들로서는 여전히 큰 부담이 된다. 그러면 중견 작가 중심의 전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데, 이를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

또 단순히 지역 작가 대관 전시뿐 아니라 경남 지역 미술의 흐름을 보여줄 기획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남갤러리'를 경남도립미술관 서울관 형식으로 추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인사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하는 기획 전시들이 나름 이목을 끄는 게 좋은 예다.

이 외에 경남 지역 작가들과 관계가 많은 서울 지역 갤러리와 제휴해 인사동 외 다른 지역에서도 경남 작가를 소개할 기회를 넓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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