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해소 요구 수용
사업자 감독 의무도 강화
배달기사 보호 미흡 지적

택배노동자가 바랐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이른바 택배법이 발의됐다. 법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특수고용노동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아스팔트에서 택배법 제정을 요구해왔던 택배노동자들은 법안 발의 후 환영 성명을 내는 등 반기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야 하는 등 험난한 여정이 남았지만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만, 택배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업계 종사자들은 노동자 권리 보호가 미약하다며 권리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방점 = 택배노동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보면 △종사자 구분(택배운전종사자, 택배분류종사자) △택배요금 정상화 반영 △휴식시간과 휴식 공간 제공과 작업환경 개선 △계약갱신청구권 6년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률 등 종사자 권익증진과 안전강화 △택배사업자 영업점 지도 감독 의무 등이다.

법안에는 그동안 택배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들이 담겼다. 온라인쇼핑몰 업체가 택배사와 고객 중간에서 수익을 냈던 문제를 비롯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7시간 공짜분류 문제, 매년 혹은 2년마다 택배대리점과 재계약해야 했던 고용불안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 법안에 녹아 있다. 또 악명 높던 택배노동자의 주당 72시간 노동문제도 이 법안에 포함되면서 주 5일제 가능성이 커졌다.

'종사자 보호, 안전운행, 서비스개선을 위한 조치'를 보면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와 영업점 종사자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하며 이상 기후 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택배사와 대리점 간 책임 떠 넘기기 문제도 해결된다. 그동안 택배노동자들이 대리점이 아닌 원청에 문제점을 제기했을 때 택배사는 항상 대리점과의 계약을 근거로 원청이 참견할 수 없다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택배사업자 영업점 지도 감독 의무가 통과되면 이런 핑계도 할 수 없다.

◇법 위반 시 등록취소까지 = 택배법은 다른 법안과 마찬가지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적용한다. 이 중 택배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비롯해 중간 수익 착취, 택배사 관리감독 의무 등을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500만 원이 부과된다. 처벌이나 과태료가 다소 약하다는 측면이 있지만 등록취소에 적용될 수 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종사자 보호, 안전운행, 서비스 개선을 위한 조치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등록이 취소되거나 사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택배노조는 "택배산업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관련법도 없고, 근로기준법 보호도 못 받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어서 사각지대에 놓여 수많은 고통을 받아왔다"며 "우리는 사실상 택배법인 '생활물류서비스법' 발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배달노동자 지원은 없다 = 그러나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1인 배달기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이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기사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사회보장 등 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도 권리를 보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명시하는 내용이 전무하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현재 배송 단가는 3000원 수준이다. 1시간에 3건 뛰어야 최저임금을 받는다. 짧은 시간 더 많이 배달하려고 속도 경쟁에 내몰리지만 보험 가입도 어려워 사고가 나면 개인이 치료비와 형사상 책임 등을 모두 져야 한다. 라이더유니온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주인 플랫폼업체와 정부에 역할을 요구해왔다. 플랫폼업체가 안전장구와 오토바이 정비, 안전교육 실시 등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안전 단가제' 규제를 실시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법안에는 '종사자 보호와 서비스 향상' 관련 조항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체에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고 밝히는 데 그친다.

라이더유니온은 이에 "추상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 배달플랫폼업체 이윤은 위험한 노동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감수한 라이더가 함께 창출했다. 그러므로 업체는 이윤을 나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 의무를 진다"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