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동예술촌 전시 두 건
여유있게 일상 돌아보는 피서

연이은 불볕더위로 힘든 나날이다. 이럴 때 도심 갤러리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것 같다. 이번 주까지만 열리는 창동예술촌 전시 두 건을 소개한다. 덤덤하게 갔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시들이다.

◇금강미술관에서 생각하는 인간관계 = 금강미술관에서는 4일부터 10일까지 '(Y)our Distance st. 우리의 거리'전이 열린다.

금강미술관에서는 잘 열리지 않는 젊은 감각의 전시다. 중앙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와 예술학과에 다니는 박영현, 유윤형, 김진아, 김설화 씨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어쩌면 예비 큐레이터들의 큐레이팅 실전 연습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서울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왜 마산 지역 갤러리 전시를 기획하나 싶었는데, 기획자 중 박영현 씨가 마산 출신이다. 이런 전시를 후원하는 서울 지역 갤러리들이 있지만, 보통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서 이왕 하는 김에 지역이라도 규모가 있는 금강미술관과 접촉을 한 것이다.

전시 주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다. 예비 큐레이터들이 나름 고심해서 주제를 생각했고, 각자 이 주제에 맞는 작가를 한 명씩 섭외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김동숙, 김미소, 방성제, 장유연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회화, 조소, 설치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1층 전시와 2층 전시가 살짝 의미가 다르다. 1층은 자신과의 관계를 주제로 작업을 하는 방성제, 김동숙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 두 작가 모두 지역과 연관이 있다. 방 작가는 경남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고, 김 작가는 국립 3·15민주묘지 참배단 부조조각을 만든 이다. 방 작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나라는 주제의 연작 작품을, 김 작가는 기존 조각 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재료의 작품을 선뵌다.

2층은 타인과의 관계를 중심에 둔 작업들이다. 관객들이 직접 만지고 뒹굴 수도 있는 장유연 작가의 설치 작품과 인간의 욕망을 얼굴에 투영한 김미소 작가의 그림들이다. 서울 지역 작가 작품들을 지역갤러리에 가져왔기에, 사람과 사람의 거리와 함께 서울과 지역의 거리까지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다.

▲ 강순태 사진전 '79' 전시 작품. /이서후 기자
▲ 강순태 사진전 '79' 전시 작품. /이서후 기자
▲ '우리의 거리' 전시 중 방성제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우리의 거리' 전시 중 방성제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강순태 사진전 '79' 전시 작품. /이서후 기자
▲ 강순태 사진전 '79' 전시 작품. /이서후 기자
▲ '우리의 거리' 전시 중 장유연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우리의 거리' 전시 중 장유연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리아갤러리에서 만나는 어머니 = 리아갤러리에서는 1일부터 11일까지 창동예술촌 입주작가인 강순태 사진가의 전시 '79'가 열린다. 이곳저곳에서 찍은 시멘트 바닥, 낡은 벽 사진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런 사진마다 얼핏 사람의 형상이 보인다.

전시 제목인 '79'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연세라거나 작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상황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그 형상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어머니에게 제대로 해 드린 게 없다는 뒤늦은 후회와 자책으로 괴로워했을 작가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작가는 사진 작업을 하는 동안 곳곳에서 어머니를 본 듯하다. 정확하게는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고 하겠다. 예컨대 어떤 작품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염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 전시는 강순태 사진가의 절절한 사모곡이면서 동시에 어머니를 진짜 떠나 보내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작품 속 작가의 어머니는 그대로 우리의 어머니이기도 할 것이다. 얼핏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를 이 사진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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