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제조업 자립 능력 구축 계기 삼자
'강국 침탈 어쩔 수 없다' 의식 떨쳐내자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 경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두 가지가 떠오르더군요. 산업 측면에서 경남의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거기서 파생되는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에게 은근히 남아있는 식민지 경제잔재입니다. "일제 좋지! 야물지!" 하는 일본제품 선호도 같은 겁니다.

우선 경남의 산업 현장에서는 이번 일이 제조업 자립능력을 구축할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경남은 전체 산업 중 제조업이 42%를 차지합니다. '백색국가' 제외로 수출 규제 대상이 반도체 한 품목에서 1112개 전 품목으로 확대됐습니다.

특히 일본 화낙사 등 일본산 수치제어반(NC) 수입의존도가 91% 이상 되는 도내 공작기계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360도 회전식 기계품목 수입 의존도도 심합니다. 경남 제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정밀기계 분야 업종을 재활시킬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우리 속에 남아있는 경제식민지 잔재에 대해 조경업을 하시는 박정기 독자께서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사카이요시로(酒井善郞)는 저의 일본 이름이다.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일본열도를 20차례 이상 다녔는데 현지에서 '박상' '바꾸상' 하는 게 싫어서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지금 이런 사실들이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고 깊이 자책한다." 이어 그는 "또 고백하면, 저는 조경기술자로 그동안 수목 관련 자재, 약품약제, 영양제제는 일본산을 썼다.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마구마구. 이제 쓰지 않겠다. 시간과 정성을 조금만 더 들이면 국산을 써도 문제없다. 일본 안 가고, 일본산 안 사는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뒤에 여러 댓글이 달렸습니다.

"2000년 니콘, 2001년 소니, 2005년 소니, 2007년 캐논 40D 보디에 100-400렌즈 등을 구입했다. 2016년 보디 고장 나서 조류 사진은 촬영도 못하다가, 소니 또는 니콘의 가성비 좋은 것으로 형편 되면 구입해야지 이러고 있었는데… 이제 마음 비웠다." "저는 고양이 간식 츄르 1봉지, 로이스초콜릿 2상자, 우지차 1봉지 샀다. 반성한다"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독자이신 박덕선 숲해설가는 이런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최근 지도자급 공무원 대상으로 숲해설을 할 때 "우리 산야초와 귀한 약재들이 일제 때 자생지를 일본으로 등재해버려 자원침탈이 심했다"고 설명을 하자 "우리가 약하니까 빼앗긴 것 아니냐"는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답니다.

"약하면 죽여도 됩니까?"라고 반문하긴 했지만, "지도자급 공무원들도 약하면 뺏기는 게 당연하고 굴복하며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런 게 우리가 떨쳐내야 할 일제 잔재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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