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정안 발표
노동부 "사용자 특정 안 돼서"
노동계 "이중잣대"거센 반발

경남도에 지난 1월 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한 대리운전 기사들은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는 지난 2월 경남도에 '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증'을 교부했다. 하지만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배차제한 등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택배 노동자들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공짜 노동'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 인가를 받은 노동조합이지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점에서 사용자 측이 교섭 등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술 발달로 새로운 노동 형태가 퍼지면서 노동자도 아니고, 개인 사업자도 아닌 특수형태노동종사자가 늘어나 이들도 노동조합을 조직해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약 230만 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그래서 노조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방과 후 강사, 택배·대리기사, 건설기계 노동자, 보험설계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여 년간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은 늘어나는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노동기본권 보장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ILO(국제노동기구)는 고용관계 존재 여부에 따라 결사의 자유 보장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지난 4월15일 특수고용노동자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되, 단체교섭권 등의 구체적인 행사 방법에 관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부가 발표한 정부 개정안에는 특고 노동자 기본권 보장 내용과 관련된 언급은 없다. 정부가 발표한 입법안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제98호의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등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면 최종적으로 단체교섭을 할 사용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기본권 보장을 위한 방안 마련은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배달, 운전, 청소, 돌봄 등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모두 간접고용 형태라 단순히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더라도 사용자를 특정하는 문제가 남는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은 "유럽연합이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하면서 가장 주요한 문제로 제기한 것은 현행 노조법에서 특수고용노동자를 결사의 자유 영역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안에 특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이 포함되지 않으면 유럽연합과 무역 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특수고용노동자 노조 관계자는 "예견했던 결과다. 공무원과 교원 등에 대해서는 노조를 인정하는 반면, 특수고용노동자는 결국 또 외면당했다. 정부가 ILO 협약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민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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