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달진창원문학상
마산 출신 박용진 시인
작년 이어 젊은 작가 선정
지역 문단 자극제 기대

제15회 김달진창원문학상에 박용진(32·사진) 시인의 첫 시집 <미궁>(파란, 2018년 10월)이 선정됐다.

마산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현재 서울에서 중학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2006년 계간 시 전문지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이번에 수상한 건 그의 첫 시집이다.

◇딸의 말 속에서 발견한 신화 = 첫 시집을 내는 데 13년이나 걸렸는데, 시집 발간 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박 시인은 '아주 가끔 사람들도 만나고, 정말 가끔 시를 쓴다'고 했다. 그리고 일단 시를 한 편 쓰면 그걸 고치고, 또 고쳐왔던 것 같다. 그렇게 시집 한 권 분량을 채우고서야 첫 시집을 낸 것이다.

그의 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신화와 관련이 있다. 오이디푸스, 에로스와 타나토스 같은 인간 의식 깊숙한 곳의 어떤 원형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 제목부터 그리스 크레타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이 전하는 '미궁' 신화에서 가져왔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떠나 그의 시가 신화적일 수 있는 이유는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소감에 남긴 어린 딸의 말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평소 딸이 하는 말을 받아 적어 둔다고 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의 느낌이기도 하고, 꿈 속의 경험이기도 하다.

"아빠랑 자전거에 공기처럼 앉아 있었어. 나는 공주처럼. 지나가는 땅바닥. 지나가는 바람이야."

"따뜻한 물속에 있으면 몸속에 깃털이 생겨나서 따뜻해져. 그런데 그게 가끔씩 삐져나오기도 해서 털이 되는 거야. 큭큭큭."

인간은 인류 공통의 원형적인 의식이나 감성을 타고 태어난다. 어찌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완성된 존재다. 그런 인간이 교육을 통해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이 원형적 감수성이 퇴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박 시인은 딸의 말들 속에서 인간이 타고난 이 원형적인 의식을 발견한 것 같다. 마치 '의자'를 쓴 이정록 시인이 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시로 옮긴 것과 비슷하다.

그의 시는 이렇게 신화적인 모티브에서 시작해 형식마저 그리스 고대 서사시를 닮으려 한다. 끊임없이 읊조리는 시구의 연속은 그의 시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미궁을 만나게 됩니다 미궁 속에는 말들이 갇혀 있어서 남은 풀 한 포기가 없습니다// 나는 오래된 숨을 차마 내뱉을 수 없어집니다 가끔씩 들려오던 당신의 소식들이 미궁 속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미궁 속에서 문을 마주하게 되면 주머니 속을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뒤를 한번 돌아보고 그 문을 열 때, 당신의 소식들이 짓고 있는 표정을 내가 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학대의 방식' 중에서)

◇수상자 변화, 지역 문단에 자극 될까 =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김달진문학상과 달리 김달진창원문학상은 경남에서 태어나 타지에서 활동하거나, 현재 경남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최근 2년 이내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공모제와 심사제를 병행하는데, 자신이 직접 응모를 할 수도 있고, 요건이 되는 작품을 추천 받기도 한다. 수상자에게는 창원시 후원으로 상금 1000만 원을 준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지역 문단의 연륜 깊은 시인이 받아왔는데, 최근 들어 수상자 선정에 변화가 있다.

지난해 제14회 수상자는 이기영 시인이었는데, 지역에서 등단 5년 차 신인의 첫 시집이 김달진창원문학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이번에도 심사 대상 중 지역 중견 시인들을 제치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젊은 시인이 선택됐다.

올해 심사를 맡은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 관장), 신덕룡 시인(광주대 명예교수), 김문주 시인(영남대 교수)의 심사평을 보면 지역 문단을 생산적으로 견인하는 문학적 자극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있다.

"인적 자원과 젊은 문학인의 내적 열망, 자신의 문학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기 독려, 문학성에 대한 생산적인 경합 없이는 열다섯 번째를 맞이한 이 이례적인 문학상의 수준을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권위와 연륜, 기여도가 아니라 지역 문단의 생산적인 발전을 위한 수상자 선정이었다는 뜻인데,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고심 또한 컸으리라고 본다.

이번 제15회 김달진창원문학상 시상은 9월 28일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제24회 김달진문학제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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