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매해 약 1만t 수거
67%가 육지서 떠내려와
해양동물 장애·죽음 유발
담배꽁초 투기 영향도 심각

지난 21일 태풍 '다나스'가 물러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은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비닐봉지, 신발, 공사 자재, 플라스틱 의자까지 어마어마한 종류와 양의 쓰레기가 육상에서 떠내려 왔습니다. 해양쓰레기 발생 원인은 '육상 기인'과 '해상 기인'으로 나뉩니다. 해양 쓰레기 중 많은 양이 하천과 강을 통해 바다로 들어오는 육상 쓰레기인데 전체의 67%를 차지합니다. 전 세계 담배 판매량의 3분의 2가 담배꽁초로 땅에 버려지고, 이 중 많은 양이 바다에서 발견됩니다. 해양쓰레기로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해양의 생태계가 교란되면 그 영향의 끝은 결국 어디일까요?

육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육상에서 잘 처리되지 않으면 집중 호우·폭우·홍수 때 하천과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간다. 해변을 찾는 관광객이나 연안에 사는 주민들의 쓰레기 방치나 무단 투기 역시 해양쓰레기가 된다. 흘러 돌고 도는 해양 쓰레기는 처리가 더욱 어렵다.

경남 도내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매년 1만t이 넘는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해양쓰레기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 등이 경남 지역에서 거둬들인 해양쓰레기는 1만 2562t이다. 전국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9만 5632t이다.

육상 기인 해양쓰레기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이다. 해양환경공단은 동해안(9곳)·서해안(19곳)·남해안(12곳) 40곳을 선정해 2개월에 1회씩 정기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경남 조사지역은 남해 유구해변·사천 아두도·통영 망일봉·마산 봉암갯벌·거제 두모몽돌해변 5곳이다.

2017년 전국 연안 40곳에서 발생한 6만 644개 해안쓰레기는 플라스틱류(비닐봉지 포함)가 5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스티로폼 13%, 목재 7%, 유리 7%, 흡연·불꽃놀이 6% 순으로 나타났다. 육상 기인 쓰레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바다로 모여들기 전 육상에서부터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효율적인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 방법이다.

바다 동물은 목·다리·부리·날개에 낚싯줄·밧줄·그물 등이 걸리면 적을 피할 수도, 먹잇감을 잡을 수도 없어 생존 위협을 느낀다. 비닐봉지·플라스틱 조각·스티로폼 등은 바다생물의 위장에 쌓여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생물들이 먹지 않아 서서히 죽어가게 만들기도 한다. 2007년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 때 보고된 해양쓰레기의 생물 피해를 집계해 보면, 바닷새 종류가 쓰레기에 감겨 죽거나, 쓰레기를 먹고 죽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 지난 21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이 바다에서 밀려온 각종 쓰레기와 해초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1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이 바다에서 밀려온 각종 쓰레기와 해초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또 다른 주범은 성인 손가락보다 작아 잘 보이지 않는 '담배꽁초'다. 지난 2월 국회에서는 '길거리 담배꽁초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담배꽁초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릴 만큼 담배꽁초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담배는 총 34억 7000만 갑이지만, 담배꽁초로 말미암은 환경오염 문제 인식과 관리 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담배 판매량의 3분의 2가 담배꽁초로 땅바닥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약 460억 개비 이상의 담배꽁초가 아무렇게나 버려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길이나 하수구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는 하수도를 막히게 하고, 나아가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흰 솜 같은 담배 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졌고, 가느다란 섬유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까지 파괴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담배꽁초는 그냥 쓰레기가 아니라 유해 폐기물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실험에서 물 1ℓ에 담배꽁초 하나를 96시간 담가 유해물질이 녹아 나오도록 한 다음, 그 물 속에 민물고기 또는 바닷물고기를 넣은 결과 반 이상이 죽었다. 이처럼 담배꽁초가 지하수와 하천, 바다에 들어가면 담수·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부담금은 1개비당 1.225원꼴이다. 생산자는 폐기물 부담금 납부로 담배꽁초 폐기물 처리 책임이 면제된다. 폐기물 부담금은 환경개선 특별회계로 편입돼 환경부 예산으로 사용된다.

홍 소장은 "담배꽁초 불법 투기는 폐기물 발생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담배꽁초는 해양쓰레기 관리 측면에서 육상에서 버려지는 폐기물 중 가장 쉽게 투기되고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폐기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진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민관산학협의회 사무국장은 "해안을 낀 도심이 많은 경남지역 특성상 담배꽁초 문제는 전국적인 상황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담배꽁초 관리를 위해 국내에서도 생산자책임 재활용(EPR)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 소장은 "불법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신고포상금 제도, 이른바 '꽁파라치' 제도라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전에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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