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으로 풀어보는 조선의 귀신 폭탄 비격진천뢰

"적진에서 괴물체가 날아와 땅에 떨어져 우리 군사들이 빙 둘러서 구경하고 있는데 이것이 갑자기 폭발하자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철편이 별 가루같이 흩어져 맞은 자는 즉사하고 맞지 않은 자는 폭풍에 날아갔다."

일본 에도시대 후기 1831년 발행된 <정한위략(征韓偉略)>에 적힌 내용이다. 이 책은 일본 입장에서 임진왜란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임진왜란을 연구하는 중요한 역사 자료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도 인정한 조선의 무기가 둘 있는데, 거북선 그리고 위에서 '괴물체'로 표현한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다. 이름을 풀어보면 날아가서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공격한다는 뜻이다.

조선 쪽 기록 중에는 서애 유성룡이 쓴 임진왜란 역사 <징비록>에도 이 비격진천뢰에 대한 설명이 있다.

"비격진천뢰는 군기시의 화포장 이장손이 만든 무기다. 진천뢰를 대완구(대포)에 넣어 쏘면 500~600보를 날아가 땅에 떨어져 한참 있으면 불이 그 안에서 일어나 터진다. 왜적들은 이 무기를 가장 무서워했다."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는 16일부터 조선무기 특별전으로 이 비격진천뢰 전시가 열리고 있다. '현대 과학이 풀어낸 조선의 귀신 폭탄'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단순히 무기만 전시해 둔 게 아니라 온갖 과학적인 분석으로 알아낸 비격진천뢰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것을 입체적인 영상과 함께 알 수 있도록 했다.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당시에는 최첨단 무기라고 할 수 있는데, 무쇠로 만든 농구공만 한 탄환에 화약과 쇳조각을 넣고 폭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수류탄 같은 것이다. 탄환 무게는 문헌상 70㎏이 넘는 것으로 나오지만, 오늘날과 같은 무게 개념으로 볼 수 없기에 이보다는 가벼웠을 것으로 본다.

▲ 지난해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에서 발굴된 비격진천뢰. /국립진주박물관
▲ 지난해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에서 발굴된 비격진천뢰. /국립진주박물관
▲ 비격진천뢰를 쏘던 대완구. /국립진주박물관
▲ 비격진천뢰를 쏘던 대완구. /국립진주박물관

비격진천뢰는 대포가 아니라 완구라는 포열이 없는 포에서 발사를 했기에 발사 순간의 정확도는 낮다. 하지만, 일단 적지에 떨어지고 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내부 화약이 폭발해 본체가 깨지고, 쇳조각이 순간적으로 흩어지면서 엄청난 살상력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주변 나라들도 모르고 있던 것이라 '비밀병기', '귀신 폭탄'이라 불리기도 했다.

당시에 이런 수류탄 같은 무기를 만들려면 탄환을 만든 무쇠 두께와 강도 조절을 적절해 잘해야 했을 테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조사를 하면서 컴퓨터 단층촬영(CT)과 감마선 투과 촬영을 통해 내부를 살펴보니 내부에 많은 구멍이 있고, 본체는 잘 깨어지는 주조기법으로, 뚜껑은 질기고 강하도록 단조기법으로 만들었던 것이 밝혀졌다. 본체가 발사되는 순간, 그리고 적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을 버티면서도 폭발을 하는 순간 쇳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효과를 극대화한 기술이다.

이전까지 비격진천뢰는 전국적으로 5점뿐이었데, 지난해 전북 고창군과 호남문화재연구원이 진행한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 발굴 조사에서 11점이 한꺼번에 나와서 주목을 받았다. 국립진주박물관이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이기에 호남문화재연구원과 업무협정(MOU)을 맺고 지난 1월부터 고창에서 나온 비격진천뢰 과학조사와 보존처리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창에서 발굴한 것을 포함해 우리나라에 전하는 모든 비격진천뢰와 비격진천뢰를 쏘던 완구(포)를 한자리에서 다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시 1부에서는 '귀신 폭탄-비격진천뢰'라는 영상을 통해 비격진천뢰를 사용했던 임진왜란 전투 장면을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2부 중 '문헌 속 비격진천뢰', '비격진천뢰와 완구'에서는 무기에 관련한 문헌과 실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 '현대 과학이 밝혀낸 조선의 첨단 무기'에서는 비격진천뢰의 제작 과정을 영상과 3D프린트 복원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문의 055-740-0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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