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연대 "도의원들 행태 기억하고 책임 묻겠다"

"오늘 열린 경남도의회 본회의서 조례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참담한 마음이다. 도의원들은 자신들이 결국 누구의 손을 들어줬는지 대해 엄중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헌법에도 이미 보장된 학생의 당연한 권리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다음 선거만 생각한 죄, 약자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며 결집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에게 승리감을 안겨준 죄, 경남학생들이 인간과 시민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태를 기약없이 연장한 죄,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는 자가 아니라 차별과 폭력을 퍼뜨리는 자들의 손을 들어준 죄, 이것들이 자신들의 죄이다. 학생인권을 외면한 도의회는 우리에게 사과하라. 우리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고, 우리의 방식대로 싸워나갈 것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19일 도의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조례만드는청소년' 지혜(활동명) 청소년운동 활동가의 말이다. 이날 본격적인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지혜 학생을 포함한 4명이 모두발언을 이어가며 학생인권조례안이 자동폐기된 데 대해 규탄했다.

이수경 청소년운동 활동가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보장의 최종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싸워나갈 것이고, 오늘 맞은 참담한 상황에 대해서는 누가 학생인권을 외면하고 고통을 무시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보고 인권조례 제정이 실패했다고, 우리가 졌다고 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태영(21) 씨는 지난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과정을 되돌아보면 울먹이며 '분노의 발언'을 이어갔다.

"(학생인권조례안 폐기에 대해) 제가 반성하거나 우리 책임보다는 도의회에서 금배지 달고 처분하는 도의원 당신들에게 책임을 물어야겠다. 고작 그 배지로, 투표권도 없고 시민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동폐기'라는 끔찍한 처분을 내린 당신들에게 책임을 물어야겠다. 사과하라. 우리는 두고두고 이러한 결정을 한 걸 후회하게 할 것이다. 도의원 이 XXX들아, 학생인권조례 다시 제정하라!"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원성일(더불어민주당·창원5)·장규석(진주1) 의원, 김지수 의장을 호명했다. "도의원들의 행태를 기억할 것이고, 갚아줄 것"이라고 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달려왔지만, 또다시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10년 투쟁이 또다시 도의원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도의원들이 경남의 교사와 학생 요구를 철저히 짓밟았다. 차별받고 소외받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게 무엇이 그리 어렵나. 국제기준, 현행법에 보장된 걸 고작 명문화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한 조례를 제정하는 게 무엇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도의회 교육상임위서 민주당의 원성일, 장규석 의원이 당당하게 학생인권조례안 반대를 선언하고 웃으면서 나갔던 장면을,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에 대한 의식도 없이 상위법 운운하며 직권상정조차 하지 않았던 김지수 의장을 기억한다. 오늘 학생인권조례안이 자동폐기 됐지만, 우리는 1년 동안 있었던 도의원들의 행태를 기억할 것이고, 갚아줄 것이다."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학생인권조례안은 이날 오전 경남도의회 제365회 임시회 폐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됐다. 경남도교육청이 2017년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제정 계획을 밝힌 후 약 20개월 만이었다.

촛불시민연대는 오는 22일 오후 4시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실에서 총회를 열고 향후 조례 제정 추진과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19일 경남도의회에서 자동폐기됐다. 이날 오전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외면한 도의회'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19일 경남도의회에서 자동폐기됐다. 이날 오전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외면한 도의회'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기자회견문]

 

학생인권조례 제정 외면한 도의회는 도민에게 사과하라!

오늘(19일),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도의원들의 무책임함과 외면 속에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또다시 도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남도의회가 진정 민의를 대변하고 도민들을 위해 일하려 했다면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가 담긴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도의원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절박한 외침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의지가 있었다면 학생인권조례는 당연히 제정되어야 했다.

하지만, 경남도의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정치적 이해만을 따져 학생인권조례안을 외면했다. 심지어 반대 단체들의 유언비어에 가까운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 몇몇 의원들의 모습은 그들이 과연 21세기를 살아가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춘 사람인가라는 의구심까지 갖게 하였다.

도의원들은 입만 열면 '지금'이 아니라 '다음'에 학생인권조례안을 준비, 논의해서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최소한 양심이 있는 도의원이라면 '다음'이라는 말에 앞서 '지금' 학생인권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 한 것에 대해 도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도의원이기에 가져야 할 인권과 민주 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촛불 시민의 선택으로 당선되었지만 촛불 시민들의 바람을 무시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은 고사하고 교육상임위에서 반대만을 위한 주장을 벌인 원성일, 장규석 의원.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정치 행보만을 생각해 직권상정을 고려조차 하지 않고 거부한 김지수 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경남도당 위원장이면서도 도민들의 면담 요청을 단 한 번도 받아주지 않았던 민홍철 국회의원.

우리는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자신들의 동료의원이자 구성원들이 보인 부끄러운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 촛불 시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하루라도 빨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먼저 발 벗고 나서길 바란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민주적이고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바라며 지금 이 순간까지 노력해온 촛불 시민들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심정이다. 하지만, 시련은 있어도 포기는 없다.

우리는 학생인권조례안을 내팽개친 도의회를 강력히 규탄하며, 더이상 경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바라는 촛불 시민의 바람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곳 도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선포하는 날을 반드시 우리의 손으로 열어낼 것이다.

2019년 7월 19일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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