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연구원 기획세미나
"일본서는 시행착오·효과 미미
시범시행 후 점차 보완해야"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 간 세수불균형 완화 등을 위해 추진하는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정착되기 위해서는 과도한 정책목표를 내려놓고 점진적으로 제도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주최 및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 후원으로 열린 기획세미나에서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서 시행 중인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국내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지역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막연한 장밋빛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자 국회 차원에서도 총 15개 관련 법안이 제출된 고향사랑기부제도 회의론 배경에는 일본의 경험이 있다. 염 교수는 "2008년 개인이 고향 또는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농어촌에 기부하면 기부금의 일정액을 세액공제로 환급해 주는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고향납세 규모가 폭증했음에도 절대 규모에서는 지방세 수입 대비 비중이 여전히 1% 미만에 불과하다"며 "지방재정 판도를 바꾸기에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홍근석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일본 고향납세제도의 출발점은 지역 간 재정력 격차 완화였으나 도입 논의 과정에서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목표에서 결국 제외했다"며 "고향사랑기부제도를 통해 현재 지방이 처한 문제를 일시에 모두 해결하겠다는 의도는 무모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 근저에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제도의 기본적 특성이자 한계가 있다. 쟁점은 자연히 어떻게 해야 기부 참여자를 늘릴 수 있는지, 기부 주체와 기부 대상을 어디까지 확장하거나 제한하는 게 옳은 방법인지, 세액공제 비율은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 기부 대가로 답례품을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혹 허용한다면 어느 수준이 효과적인지 등으로 옮겨가는데 무엇 하나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가령 문재인 정부는 기부 대상지역을 '현 거주지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로 대폭 완화했는데 홍근석 부연구위원은 "이 경우 세수불균형 완화를 비롯한 정책 목적 달성은 그 가능성이 매우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다.

상대적으로 재정확충이 절실한 농어촌 등 낙후지역에 기부금이 집중될 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재정이 넉넉한 대도시 등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고향납세 기부금 증가의 주요 원동력으로 평가되는 세액공제와 답례품도 적지 않은 장단점을 안고 있다. 세액공제율이 높을수록 기부 유인은 촉진되겠지만 이는 국세와 지방세 추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답례품 역시 지자체 간 과열경쟁과 갈등 심화 등 상당한 부작용을 일본에서 일으킨 까닭이다.

홍 부연구위원은 "일본에 비해 지자체마다 지역기업(향토산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경쟁력 있는 지역 특산물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하면 답례품 제공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는커녕 각종 부작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며 "일본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답례품제도의 장단점을 자세히 분석해 우리 여건에 맞게 정밀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염명배 교수도 "우리 정부안대로 답례품 제공을 허용하되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그 상한액을 매우 낮은 상징적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고향사랑기부제도는 많은 문제점에도 고향에 대한 사랑, 자발적 기부, 지자체-기부자 간 직접적 연결고리 형성 등 장점도 분명히 있는 제도인 만큼 일부 시범지역을 선정해 시행한 뒤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듬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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