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홍준표 중도 사퇴…김경수는?
영남 변수, 대중 욕망이 무리수 부추겨

김경수 경남도지사(이하 직함 생략)가 자신이 연루된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재판과 관련해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오는 10월이나 11월, 늦어도 올해 안에는 항소심 결론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한 것이다. 1심 유죄 판결 이후 지난 3월 시작된 2심이니 예측 가능한 일정이지만 더 주목할 건 내년 4월 총선과 연관성이다. 2심 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또'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긴 했지만 2심까지 유죄면 지사직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 등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2년 김두관 때부터 후임 홍준표, 그리고 김경수까지 내리 세 번 연속 도지사 중도사퇴 및 보궐선거 논란에 경남도는 휩싸이게 된다.

기사 쓰는 입장에서야 이보다 드라마틱한 상황도 없지만 도민들은 짜증이 앞설 것 같다. 그렇다면 왜일까. 한 번쯤이면 그러려니, 두 번이면 우연이 겹치네 하겠지만 세 번이면 뭔가 근원적 이유나 배경이 있을 것 같다. 다른 시·도를 찾아봐도 이런 경우는 없다. 개개인의 대권 의지나 권력욕 같은 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모두 딱 맞지도 않는다.

역시 '영남'이란 변수가 클 것이다. 박정희 이후 김대중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을 배출한 영남 말이다.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압도적 인구수에 사회 곳곳에서 주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영남 출신'은 늘 대권으로 가는 필수조건이었다. 그만큼 대권 생각 있는 사람이 많이 출마하고 또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가 경남지사라는 이야기다. 저 멀리 김혁규·김태호까지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었다.

김경수의 경우 대선 출마 때문에 거취가 불확실한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그를 곤경에 빠뜨린 드루킹 사건은 이미 지난해 지방선거 한참 전부터 이슈가 되어 있었다. 그 자신이든 아니면 주변에서든 조금이라도 불안한 게 있으면 애초부터 국회의원직 사퇴 및 도지사 출마를 재고하는 게 옳았다. 결론은 출마 강행이었다.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영남권 차기 대표주자로서 김경수의 위상과 여권 및 도내 정치권의 기대가 반영됐을 것이다.

또 하나, 이 대목에서 중대 변수로 등장하는 건 유권자들의 '은밀한 욕망'이다. 겉으로는 중도사퇴를 욕하지만 내심은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정서 말이다. 그러니 대중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홍준표를 뽑았고 무리수를 던진 김경수를 지지했을 것이다. 김경수의 상대 후보 역시 또 다른 대선주자인 김태호였으니 선택지는 어차피 같았다. 추후 중도사퇴를 하든 말든 표심만 잡을 수 있다면 정치권은 무엇이든 할 태세였다.

오해를 피하고자 말하면 기자는 지금 대중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 대통령'을 바라는 건 결국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소박한 절규고 그런 세상을 만든 장본인은 대부분 '우리 지역 대통령'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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