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1주기 추모 학술토론회
진보정당운동 매진한 삶 평가
"정당, 강력한 시민권력 조직"

지난해 7월 23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하 직함 생략) 1주기 추모 학술토론회가 16일 국회에서 열렸다. '노회찬과 한국정치, 현실 진단과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였다.

노회찬재단을 비롯한 각 정당 부설 싱크탱크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의 노회찬에 대한 공통된 평가는 '꿈꾸는 현실주의자'라는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금보다 나은 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노동'을 꿈꾸면서도 영웅주의적으로 앞서간 게 아니라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면 투쟁하고 조정할 줄 아는 실천적인 정치인"이라고 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학 박사)은 "이상적 최선을 추구할 수 없고 현실적 최선에서 만족해야 하며 운동과는 달리 고통스러운 윤리적 도전을 감당해야 하는 정치라는 과업의 길에서 나날이 전진하고자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노회찬이 그 꿈을 실현하고자 치켜든 무기, 구체적 수단은 진보정당이었다. 30년 넘게 진보정당운동에 매진했던 그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을 아껴달라"고 했었다.

촛불혁명으로 대표되는 시민정치, 직접민주주의와 국민소환이나 민관협치, 국민청원 등이 각광받는 시대에 '웬 정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박상훈 박사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시민권력의 조직체는 정당"이며 "어느 것도 끼니를 대신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라면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게 정당"이라고 단언했다.

▲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1주기 추모 학술토론회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1주기 추모 학술토론회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복경 교수도 "노회찬이 추구한 '다른 시장'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지려면 그에 대한 정책을 갖고 입법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 다수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행 제도가 매우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유권자가 정당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지금과는 다른 시장에 대한 대안을 내놓도록 정당에 요구하고 이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다른 시장이란 재벌 지배 시장질서를 민주주의 방식으로 규율할 수 있는 나라를 의미한다. 더불어 비정규직과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결사권이 보장되며 기업과 노동자들이 민주적 규범 내에서 공존하는 작업장, 노동하는 사람들의 인권 보장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된 시스템 등을 말한다.

박상훈 박사는 "거대하게 조직된 경제권력과 국가권력에 대응할 수 있는 민주주의 발전론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이것이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실천했던 노회찬의 도전이 한국사회 미래를 위해 중시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로 나선 여영국(정의당·창원 성산) 의원은 '노회찬의 말과 정치'에 대해 짚었다. 여 의원은 "그의 말처럼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이야기를 어떻게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것은 기능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오랜 삶 속에서 내화된 철학 문제"라며 "노회찬의 말은 늘 대중의 곁에 있었다. 노회찬이 '국민사이다'를 자처한 것은 국민이 자신에게 어떠한 역할을 기대하는지, 자신의 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를 꿰뚫어보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여 의원은 또 "말 잘하는 국회의원은 많지만 그 말로 국민을 설득해내는 의원,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의원은 매우 적다"며 "노회찬은 국회의원의 권한이라는 우산을 내려놓고 그들 곁에서 함께 쏟아지는 비를 맞았기에 대중을 대변하는 게 가능했다. 시장통에서 오뎅(어묵)을 사먹으며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노동자들과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함께 투쟁했기에 그의 말이 민중의 말이 되고 민중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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