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도지사 공약 중 하나
"혁신적인 정책이라고 해도
지역 특성과 잘 맞아야 성공"
가야사 발굴·남명학 등 조명

경남의 정신, 경남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독특한 시도가 있었다.

지난 27일 오후 2시 경남발전연구원 1층 금관실에서 '경남학 연구방향 설정 및 경남 선비문화 활성화'를 주제로 경남학연구센터 출범세미나가 열렸다.

공식적으로 출범식 같은 행사를 한 적은 없지만, 경남학연구센터는 올해 경남발전연구원 안에 새로 설치된 연구기관이다. 김태영 경남발전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이 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현재 연구인력은 센터장을 포함해 3명. 연구실도 따로 두지 않고 기존 연구원 것을 활용하고 있다. 이 정도 인력과 환경에서 연구를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싶은데, 일단 현재까지 진행 상황으로 보면, 센터를 먼저 만들고 나서 구체적인 연구방향을 잡아나가는 모양새다.

이날 세미나도 앞으로 센터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자리였다.

▲ 지난 27일 '경남학 연구방향 설정 및 경남 선비문화 활성화'를 주제로 한 경남학연구센터 출범세미나 모습.  /이서후 기자
▲ 지난 27일 '경남학 연구방향 설정 및 경남 선비문화 활성화'를 주제로 한 경남학연구센터 출범세미나 모습. /이서후 기자

◇경남 정신을 세우려는 연구기관

그러면 경남발전연구원은 왜 경남학연구센터를 만들었을까.

일단 홍재우 경남발전연구원장의 세미나 개회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경남도가 경남 정체성, 경남 정신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혁신적인 정책이 있어도 사회가 그런 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또 지역의 특성과 잘 맞아 들어가는지에 따라 정책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난다. 이런 의미에서 경남 도정이 경남 정신, 경남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경남학연구센터가 그 출발점으로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동안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가야사와 남명 조식 등 경남 정신을 자주 강조해왔다. 예컨대 지난 1월 17일 3·15아트센터에서 (사)합포문화동인회가 주관한 '2019 도약하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 특강에서 김 지사는 철의 왕국 가야와 남명 조식 선생 후학들의 의병활동, 독립운동과 파리장서 운동 등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이런 정신을 통한 경남의 발전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경남 정신 확립'은 김 지사의 공약에도 등장한다. 경남도 누리집에 있는 관련 항목을 보면 △임진왜란 의병, 파리장서, 3·15의거, 4·19혁명, 부마항쟁, 민주화운동 등 불의에 앞장서 항거한 경남인 △백성에 도움이 되는 학문, 실천을 통한 사회 개혁 등 남명 조식 사상의 현대적 가치 재조명 △가야사 연구 복원을 통한 경남 및 영호남 역사 정체성 확립 등 내용을 경남학 연구과제로 수행한다고 돼 있다.

공약에 이미 경남 선비문화, 남명학 연구, 가야사 연구복원과 별도로 경남학 연구를 수행할 주체로 경남발전연구원 내 경남학연구센터 설립 계획이 적혀 있다. 다시 말해 공약 이행계획에 나온 대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 함안군이 지난해 12월 18일 개최한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정비사업 현장설명회.  /경남도민일보 DB
▲ 함안군이 지난해 12월 18일 개최한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정비사업 현장설명회. /경남도민일보 DB

◇갈 길 멀지만 차근차근 해야

어쨌거나 '경남 정신'이란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건 좋은 일이다. 김 지사 공약이 아니라도 경남학 연구는 지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미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대구경북학연구소, 한국학호남진흥원, 강원연구원 강원학연구센터 등 경남을 제외한 대부분 광역시도에서 자치단체가 출연한 지역학 연구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한국지역학포럼이란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경남은 지난 5월에야 처음 이 포럼에 참석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다른 시도 연구기관으로부터 시행착오를 줄일 자문을 얻기도 했다. 예컨대 시행착오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 제안이나 미래 전략이 부족한 점 △주제가 단편적이거나 몇몇 인물에만 집중된 점 △다양한 연구 기관단체가 협력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점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 점 등이다.

김태영 센터장은 이를 참고해 기존 경남학 관련 연구를 하던 지역 기관이나 전문가와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하겠다고 했다. 경남학연구센터가 경상대 경남문화연구원, 인제대 한국문화와문화전략연구소, 창원대 경남학연구센터, 한국선비문화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거나, 경남학 연구 관련 전문가 25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남명 조식의 영정.  /합천군
▲ 남명 조식의 영정. /합천군

◇묵직했던 제안들

하지만, 세미나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제안이나 조언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구체적으로 앞서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 외에도 대표적으로 시군마다 하나씩은 있는 지역문화원과 적극 협력하라(남재우 창원대 교수)거나 지역 언론들이 축적한 역사, 문화, 생태 관련 콘텐츠를 주목하라(이병문 경남신문 미디어본부장)는 의견이 있었다.

또 연구 영역이나 방향에 대해서도 가야사와 남명 조식 등 특정 주제에만 연구가 집중되기보다 지역학이란 이름에 걸맞게 생태, 사람, 문화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장)는 주문도 있었다.

결국은 당장 연구 성과보다 네트워크 형성, 자료 수집 같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경남학연구센터는 △경남학 연구과제 수행 및 논문 발간작업 △경남학 아카이브 구축 △국내외 지역학 교류와 네트워크 구축을 올해 할 일로 삼고 있다.

김태영 센터장은 "경남학연구센터가 뒤늦게 출발할 만큼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역에 계신 기존 연구자들, 연구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민이 직접 참여해 전문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인데, 실제 연구의 깊이나 객관성을 위해서는 센터가 전문가들과 지역민의 균형을 맞추고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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