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소재·대조적 표현 방식 동시에 보는 묘미

지난 주말부터 (재)김해문화재단 윤슬미술관이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진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이성자(1918~2009) 화백 작고 10주기전 '숭인문을 넘어 은하수'(제1전시실)와 김해에서 처음 만나는 멕시코 판화 작가들의 작품전(제2전시실)이 동시에 열리고 있어서다.

▲ 이성자 작 '5월의 도시, 72'(1972). /윤슬미술관
▲ 이성자 작 '5월의 도시, 72'(1972). /윤슬미술관

◇이성자 화백의 김해 = 이성자 화백은 프랑스에서 아흔이 넘도록 활동한 서양화가이자 판화가다. 애초에 평범하지 않은 생애였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에 유학을 할 만큼 집안은 넉넉했다. 의사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외도로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이혼을 했다. 그리고 1951년 서른셋에 아무 연고도 없던 프랑스로 떠난다. 그림을 배운 것도 프랑스에서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며 '여자 피카소', '동녘의 여대사'로 불리며 인정을 받기 시작,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가 됐다.

이성자 화백은 60년대 중반에야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5년 7월에는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이 개관했고,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등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 이성자 작 '암스테르담 항구 N.3'(1957). /윤슬미술관
▲ 이성자 작 '암스테르담 항구 N.3'(1957). /윤슬미술관

윤슬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고 10주기에 맞춰 준비한 것이다. 특히 이성자 화백과 김해의 특별한 인연을 모티브로 삼았다.

"1920년대 중반 김해 군수를 지냈던 아버지 이장희를 따라 김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시 제목 중 '숭인문'은 김해 수로왕릉에 있는 문으로, 김해와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키워드다. 수로왕릉 숭인문에 새겨진 태극 문양에서 작가의 주요 모티프인 '음양'과 '은하수'가 나왔고, 숭선전 제례 의식으로부터 시적 우주와 초월적 세계가 태동했기 때문이다."

전시는 회화, 판화, 도자기 등 이성자 화백의 작품 107점을 6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 이성자 작 '숲21377'(1977). /윤슬미술관
▲ 이성자 작 '숲21377'(1977). /윤슬미술관

◇삶에 대한 묵직한 대답 = 이성자 화백 전시가 우주적이고 몽환적이라면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멕시코 판화'전은 묵직한 느낌이 크다. 현대인의 삶에 대해 숙고한 작품들이 많다. 전시실에는 당대 멕시코 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7인의 작품 32점이 걸렸다. 미술관에서 소개한 작품들의 키워드를 보자.

통제할 수 없고 무수하게 많은 가능성으로 연결된, 현대인의 예측할 수 없는 삶, 영원한 젊음과 무한한 물질을 갈구하는 인간 욕망의 덧없음, 태양으로 비유되는 무한한 어머니의 사랑의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면, 멕시코 토착농 소녀의 고뇌와 어려움, 그리고 그 속에 깃든 꿈과 갈망의 이미지와 공동체에 속한 삶의 정체성, 생명의 잉태와 죽음을 통해 들여다본 지구 환경의 중요성, 다양한 물체와 생물이 공존하고 융합하는 지구의 속성.

키워드들이 묵직한 것은 멕시코 미술 특유의 민중적이고 사실적인 경향하고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대지, 자연, 어머니 같은 부분에서는 이성자 화백의 작품과 통하는 게 있다고 윤슬미술관은 설명한다. 두 전시 모두 8월 11일까지고, 관람은 무료다.

문의 멕시코 판화전 055-320-1261, 이성자 화백 10주기전 055-340-1263.

▲ 멕시코 에두아르도 로벨도 로메로 작가 판화 작품. /윤슬미술관
▲ 멕시코 에두아르도 로벨도 로메로 작가 판화 작품. /윤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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