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안인득 정신분열증 앓아
2010년 출소 후 혼자서 거주
보건소·경찰·LH 소극 대처
지인 "누군가 돌봐줬더라면…"

참극을 저지른 안인득(42)은 범행을 저지른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에 지난 2015년 이사해 혼자서 살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특별한 직업 없이 가족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어렵게 살았다.

피의자 친형과 친분이 있는 ㄱ 씨는 "이렇게 큰일을 저지를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ㄱ 씨에 따르면 피의자는 20대에 일용직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에도 일을 다녔고,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러다 2010년 폭력 사건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찰 확인결과 피의자는 당시 재판에 넘겨져 한 달간 충남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다.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과 함께 보호관찰도 선고받았다. 피의자는 출소 후 진주에서 혼자 살았고, 2011년 11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받았다. 이후 취업을 한 적도 있지만 동료와 갈등으로 계속 다니지 못했다. 진주의 한 병원에서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정신병력(조현병)으로 치료받은 기록도 확인됐다.

ㄱ 씨는 "안 씨 형이 여러 번 정신병원에 넣으려고 했는데 못했다"면서 "누구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돌봐 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피의자는 조현병을 앓으면서 범행을 저지를 때까지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돼 있었다. 조현병은 망상과 환청, 정서적 둔감 증상을 보이고,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진주시보건소에 등록된 정신질환자에 피의자 이름은 없었다. 2015년부터 1년이 넘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이다. 등록은 본인이 하거나 신고해야 하는데 빠져 있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퇴원 후 환자 동의가 있어야 거주지 보건소에 환자 정보가 전달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보건당국이나 경찰이 지역 정신질환자 실태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다.

▲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가운데)이 18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진주시 관계자는 "법에 따라 자의적으로 등록하기 곤란하고, 경찰도 협조요청이 오지 않았다"며 "문제는 기초수급자 등록 시 정신질환 진단서를 첨부했지만 담당 부서까지 공유가 안 돼서 보건소에서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호동사무소의 관계자는 "등급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아니어서 기초수급자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관리했다"며 "주민 피해가 직접 동사무소에 신고된 게 없고, 안 씨의 특이사항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사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소극적인 대응도 아쉽다. 특히 잦은 다툼이 있었던 윗집 주민이 여러 차례 신고하고, 직접 복도 앞에 CCTV까지 설치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층간소음 등 주민과 마찰이 발생했을 때 관련 기관에 협조요청을 구하고 있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퇴거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안 씨가 자주 이상한 행동을 했는데도 경찰은 물론 진주시나 보건소가 관리를 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겠지만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정신질환이나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주민은 아파트 내에 생활관리사를 배치해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경수 도지사는 18일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해 '칸막이' 복지 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재발방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 지사는 "복지와 보건의료체계가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행정의 비효율성도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담당자 따로, 조현병 관련 보건의료 담당자 따로 하는 복지 전달체계로 이런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이번 사건을 각 시·군과 함께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복지 전달체계를 실제 현장에 맞게끔 풀어나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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