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노령인구 많은 지역"
의료기관 부족 탓 불편 호소
보상문제 아직 마무리 안 돼
유족-병원 갈등 불씨 여전
시, 내일 희생자 추모제 개최

오는 26일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희생자가 많아 전국 이슈가 됐던 사고였기에 정부와 경남도·밀양시는 모든 시설의 안전대책 마련에 분주했던 지난 1년이었다. 화재 후 보상 문제, 응급 의료·소방 제도 변화, 안전 대책을 살펴보고, 현재 밀양 시민 반응도 들어봤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보상 문제 = 세종병원 화재 사상자는 192명이다. 62명이 사망하고 130명이 부상했다. 밀양시는 '화재사' 45명 중 병원 측과 합의한 유족이 40명이라고 24일 밝혔다. 아직 합의하지 않은 5명은 당직 의사와 간호사·간호조무사 3명과 젊은 환자 희생자 등이며, 별도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망자 62명 중 17명은 추가 사망자(화재가 직접 사인이 아닌 사망자)로 분류했다.

세종병원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사람은 26명이다. 아직 합의금을 받지 못한 14명에겐 밀양시가 구호금이나 위자료 명목으로 선지급한 후 세종병원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다.

▲ 45명이 숨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1년을 앞둔 지난 22일 병원 주변 상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시가 24일 현재까지 지급한 보상 관련 금액은 총 5억 1400만 원(합의금+장례비 등 보전액)이다.

하지만 일부 추가 사망자 유족은 보상 문제와 관련해 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 갈등이 남아 있다. 시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세종병원 화재 1년을 맞아 희생자 추모제를 연다. 이날 유족들은 총회를 열어 보상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토의할 예정이다.

◇화재 후 바뀐 응급의료·소방 매뉴얼 = 세종병원 화재 후 확연하게 바뀐 매뉴얼은 응급의료시스템 중 '병원 연락관' 제도다. 김영호 시 보건위생과장은 "1년 전 화재 당시엔 사고 현장에서 시 직원과 병원 직원들이 환자 분류 작업을 했는데, 화재 이후로는 국가재난사고가 발생할 때 병원 연락관이 사고 현장에 파견돼 응급의료통제소에서 환자를 분류하도록 매뉴얼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대진의사를 고용했던 세종병원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밀양 윤병원과 밀양병원 응급실 시스템도 변경됐다. 현재 윤병원은 응급실에 100% 당직의사를 두고 있으며, 대진의사를 고용해 물의를 빚었던 밀양병원은 당직의사가 돌아가면서 야간 진료를 하고 있다.

또한 의료·건물·전기·가스·소방 분야 점검이 강화됐다. 지난해 6월 27일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을 기존 11층 이상에서 6층 이상으로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600㎡ 이상 신설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앞으로 스프링클러를 의무화하도록 소방시설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중소병원 화재 예방 제도 개선…국가안전대진단 강화 = 복지부와 소방청은 화재 예방 단계부터 의료기관 건축 설계 가이드라인 마련, 화재 안전관리 매뉴얼 개선 등 관리 강화책을 제시했다. 또 의료법을 개정, 불법 증·개축 건축물엔 의료기관을 아예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에만 적용되던 환자 신체보호대 사용 기준 마련 대상을 전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비롯해 자동 화재 탐지기·방염성능 장식물 설치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경남도와 밀양시도 국가안전대진단 등을 진행해 의료기관 합동점검을 하고, 의료·건축·전기·가스 설비 등 분야별로 문제점을 도출한 뒤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밀양시는 세종병원 화재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함에 따라 '화재 예방 전기시설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 제정했다. 시 예산을 들여 전기안전진단을 하고 노후주택 전기시설 개선 땐 비용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는 2018년 2월 5일부터 3월 30일까지 병원급 이상 322곳(위험25, 일반 297)을 대상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시행했다. 올해도 오는 2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국가안전대진단을 진행한다. 도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36곳이 대상이다.

▲ 지난 22일 펜스가 쳐진 밀양 세종병원 입구. /연합뉴스

경남도는 올해 공공(1만 5000곳)·민간시설(1만 6000곳) 총 3만 1000곳을 점검한다. 3개 반 14명으로 국가안전대진단 추진상황실을 꾸려 도민안전제일위원회 안전관리자문단·건축사회 등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안전 진단을 할 방침이다. 밀양시는 '안전대응 TF팀(토목·건축·전기·기계·화공)'을 5명(6급 1명· 6급 이하 4명)으로 구성해 연중 점검한다. 전문가 12명(건축·토목·기계·전기·가스·소방·안전관리)으로 민간자문단도 꾸려 상시 운영한다. 위험시설물(86개소)뿐만 아니라 최근 사고 발생 분야인 다중집합시설물(40개소)을 포함한 총 106곳을 점검한다.

◇밀양시민 "세종병원 자리에 새 병원 설립" 희망 = 밀양지역에는 현재 요양병원이 4곳, 요양원이 18곳이 있다. 노령 인구가 많은 탓에 동별로 요양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시민들 중론이다. 이에 가곡동에 하나뿐인 세종병원 자리에 새로운 요양병원이 설립되길 바라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김영호 과장은 "세종병원 법인 이사장이 구속돼 재판받는 상황이라 최종 판결이 나봐야 병원 재산 압류, 폐업, 영업 허가 취소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 자체적으로 시립 병원을 만들 형편이 안 된다. 세종병원이 매각돼 그 자리에 새 병원이 들어서는 것이 주민들에겐 가장 좋다"고 말했다.

가곡동 주민 박모(65) 씨는 "가곡동에 병원이 없어 아프면 다른 동네로 가야 하니 매우 불편하다. 빨리 세종병원이 매각돼서 새 병원이 생기면 좋겠다. 밀양시도 의료 복지 차원에서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밀양 세종병원 법인 이사장은 지난 2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이 적용돼 징역 12년에 벌금 1000만 원을 구형받았으며,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월 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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