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피해자 구술·심포지엄 인식 확산·연구 필요성 제기 대물림 고통 후손 지원책 강조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원자폭탄 피해자들에 대한 역사 인식 확산과 사회적 공감대를 위한 연구와 정책 필요성이 제기됐다.

창원대 경남학연구센터는 지난 20일 사회과학대학 다문화인력양성사업단 강의실에서 '합천 원폭 피해자 구술증언과 역사 콘텐츠의 생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합천지역 23명 원폭 피해자들의 구술증언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한국사회,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마련됐다.

특히 합천 원폭 피해자는 호남지역이나 다른 연구결과와 달리 강제노역보다는 집단으로 이주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는 "원폭 피해자들의 삶과 경험으로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디아스포라, 식민지 경험, 전쟁 트라우마에 대한 흉터를 확인할 수 있다"며 "피해 어르신들의 경험과 기억을 정리하는 일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20일 창원대 경남학연구센터가 사회과학대학 다문화인력양성사업단 강의실에서 합천 원폭 피해자 구술증언과 역사 콘텐츠의 생성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종합토론을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오은정 교수, 이치바 준코 한국 원폭피해자를 돕는 시민모임 회장, 박정선 창원대 국문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박종완 기자

오은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달리 그간 소홀히 다뤄졌으며 사회적·역사적 망각이라 할 만큼 무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원폭 피해자들의 이야기나 이와 관련된 논쟁은 그간 크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며 "이는 위안부 문제가 한국사회의 중요한 민족주의적 이슈로 떠오른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폭은 해방을 가져왔고 피폭의 경험은 독립에 수반되는 여러 나쁜 부산물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구술은 원폭 문제가 이미 끝난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20세기 세계 냉전과 핵 개발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 원폭피해자 1세대들은 한국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며,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보다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원폭 피해가 대물림되는 상황에서 1세대뿐 아니라 후손들의 지원 정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원폭피해자법)'이 통과됐지만 원폭 피해자 2세를 비롯한 후손에 대한 지원은 빠져 있다.

이지영 한국외국어대 일본연구소 초빙교수는 "합천 지역은 기존 연구결과와는 다르게 강제 노역보다는 먹고살고자 일본으로 떠난 이들이 많았다. 피해자들이 일본으로 떠나게 된 배경 역시 식민지 수탈이었다"며 "징용이 아니라고 식민 피해가 아닌 것이 아니다. 1세대 지원, 나아가 후세들 지원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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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 위령각에 설치된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경남도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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