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복지 확충 등 '새 판'필요
새 정부 행정력 발휘 요구

문재인 정부가 지난 12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이나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정규직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지만 중소기업, 하청업체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이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규직화에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으로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정호 창원노동사회교육원 소장은 24일 "노동법에도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원청업체와 교섭이 보장되지 않아 노조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노동행정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해 중소기업 등 제조업에 대한 불법파견 근절에 나서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만 인정해도 상황이 많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새 정부가 들어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소외'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대기업 횡포를 막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복지 확충 등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 소장은 "우리 대기업과 달리 외국 기업들은 공정거래라는 개념이 '사회적 공급사슬망 전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당장 외국 기업처럼 하기 어렵다면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소사업장 수준 임금으로는 주거와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므로 복지 확충을 위해 국가와 자치단체 수준에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조할 권리'와 최저임금 인상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이 소장은 "노조할 권리, 노동 3권 보장은 대단히 중요하다. 노조는 지역 공단이나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며 "또 노조가 늘게 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고용조건 개선이 가능하고, 고용조건 개선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고용 불안정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선도적으로 이들 사업장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시그널(신호)을 우리 사회에 확실하게 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노동조합(노동)이 시민권을 획득하고, 사용자도 노조를 불편의 대상이 아닌 협상과 교섭 대상으로 받아들이면 노사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노조가 없는 노동자가 현재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최저임금 인상인 만큼 새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노동 현안"이라며 "2020년까지 시급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보다 조기 달성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고민하고, 노사정 간 협의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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