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마산부림시장 청춘바보몰 가보니
에어컨 없어 찾는 발길 뚝, 젊은층 이끌 마케팅 부재상인 "지역사회 관심 필요"

34도를 웃도는 25일 낮 12시. 한창 바빠야 할 점심때지만 손님은 없고 가게 주인인 청년들은 지쳐 보인다. 지하라 바깥보다는 서늘하지만 부엌에서 조리를 하면 바깥이 더 시원할 것 같다. 둘러봐도 에어컨이 없다. 손이 분주한 곳은 12개 가게 중 아이스커피집 한 곳이다.

청년들이 열정 하나로 시작한 마산부림시장(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 청춘바보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청년들이 무더위에서 지쳐가고 있다.

◇기분 좋은 시작 = 청춘바보몰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마산부림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 상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30년간 방치된 낡은 점포 건물주가 반 이상 연락이 끊긴 상황에다 지반 붕괴, 누전 등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지난 4월 15일 문을 열었다. 청년들은 자신만만했고 차이는 있지만 뚜렷한 성과도 나왔다.

두 달 만에 월 매출 1000만 원 가게가 등장했고 7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가게가 12곳 중 3곳이었다. 특히 부림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통닭집은 전국 20개 시장에서 동시에 시작한 청년몰 사업자 중 매출 3위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청춘바보몰은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전국우수사례로 추천됐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못했다. 하지만, 그만큼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25일 낮 12시 30분,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찾지 않아 텅 비어 있는 테이블. /이혜영 기자 lhy@idomin.com

◇무더위·홍보와 싸움 = 유난히 더운 올여름 청춘바보몰 청년들은 두 달 전부터 줄기차게 에어컨 설치를 요구했다. 창원시는 애초 사업계획에 에어컨 설치 항목이 없어 추경에 반영해 이번 주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지난밤엔 열대야 현상이 있었다.

청춘바보몰 청춘들은 홍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춘바보몰 김영근(그린앤타이 대표) 회장은 "현재 고객은 젊은 층이 새롭게 유입됐다기보다 주변 상인들이다. 이들은 통닭, 돈가스, 커피 등 익숙한 음식을 선호해 새로운 맛이나 도전적인 음식을 파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다. 젊은 층을 끌어당길 홍보가 절실하지만 청춘바보몰 취지와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채 여름이 왔다. 찾던 발길도 돌아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NC선수단 회식 좀 와주세요" = 장사가 잘되던 닭집도 6월 말부터 매출이 확 줄었다. 하루 판매금액이 5만 원도 안 되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재료비를 빼고 나면 2만 원도 남지 않는 청년 사장들이다.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시작."

김 회장은 "에어컨을 가동하면 내달부터 더위로 중단한 공연도 다시하고 각종 이벤트를 하려 한다. 이젠 모든 사업이 청년들 부담이 됐지만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머리를 맞대고 있다. NC·경남FC 선수단 등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들이 찾아와 회식이라도 한다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마케팅 기법도 없고 에어컨 4대 설치로는 턱없이 부족한 환경이지만 12명의 청춘 사장은 이대로 주저앉는 모습은 보이기 싫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마케팅 전문가의 재능 기부, 프로선수단 회식, 기업들의 작은 지원 등 지역사회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뒀으면 하는 간절함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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