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임금·고용 불안 시달려 도내 168명 전국 첫 노조 가입…도교육청 "해결방안 찾을 것"

경남의 한 중학교 운동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ㄱ (45)코치는 인생 절반 가까이를 지도자로 일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지도자 생활을 했으니 20년가량을 코치로 먹고산 셈이다. 그는 교원자격증을 비롯해 경기지도자자격증까지 갖춘 숙련된 지도자임에도 급여는 200만 원도 안된다. 또 다른 지도자 ㄴ(43) 씨도 마찬가지다. 운동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 길에 접어들었지만 자부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잘릴 수 있다는 압박감에 괜히 아이들을 윽박지를 때도 있고, 가족의 생계를 생각해 대리운전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만성적인 고용 불안과 열악한 임금 조건에 시달리는 도내 일선 체육 지도자가 전국 처음으로 노조에 가입해 권리 찾기에 나섰다.

경남도교육청 소속 경기지도자(코치) 총 230명 가운데 168명이 최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에 가입했다. 학비노조 경남지부는 현재 도교육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학비노조에는 학교급식 조리실무사, 돌봄 전담사, 영양사 등 다양한 직군이 가입했지만 학교 운동부 지도자가 가입원서를 쓴 것은 전국에서 경남이 처음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들을 '코치님', '선생님'으로 부르지만 이들의 법적 신분은 해마다 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다.

임금도 열악해 대부분 최저생계비(2015년 4인 가구 기준 166만 8329원)에도 못 미친다.

이들은 '교육공무직'이 아닌 '교원 대체직종'으로 지정돼 영양사, 조리원, 사서보다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년 차 지도자 임금은 175만여 원으로 같은 경력의 영양사(230여만 원), 사서(220여만 원)보다 많게는 55만 원이 적다. 이마저도 2014년 이후 2년째 동결이다.

한 지도자는 "2014년을 기점으로 임금이 한 푼도 오르지 않고 있다. 10년 차 지도자 기본급이 151만 원인데, 이는 1년 차 특수학교 통학버스 보호탑승자(154만 원)보다 적다"면서 "교육공무직 직종에서 제외되면서 빠진 각종 수당까지 합치면 이들과 임금 격차는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임금뿐 아니라 지도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신분에 대한 불안감이다. 도교육청은 경기지도자 재임용 관리규정을 통해 '3년간 전국소년체전에서 입상 실적이 없는 자'에 대해 재임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이나 인천 등에서는 소년체전이나 전국대회 실적이 재계약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지도자는 "경남이 전국소년체전에서 10위권 밖을 헤맬 때 성적 향상을 위해 내놓은 방안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규정 탓에 경남의 지도자는 성적에만 얽매이게 된다. 이는 타 시·도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혜경 학비노조 경남지부 정책국장은 "학교운동부 지도자가 교원 대체직종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에서 경남과 제주 단 두 곳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노조 가입으로 높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지도자가 공식적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일선 지도자의 요구사항을 인지한 만큼 전담팀을 꾸려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3차례에 걸친 간담회와 한 차례의 임금협상을 했다. 지도자와 합의점을 찾고 있다"면서 "8월 중에 시·군교육청과 지도자, 체육회, 교사로 전담팀(TF팀)을 꾸려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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