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서 녹색당 득표율 2.2% "삶·탈핵 위한 투쟁 이어갈 것"

밀양 할매·할배들은 지난주 막 내린 총선에서도 단단한 힘을 보여줬다. 선거는 끝났지만 녹색당원으로서 그 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4·13총선에서 녹색당 정당투표율은 0.76%(18만 2301표)였다. 비례의원이 가능한 3%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였다.

하지만 밀양에서는 녹색당 전체 득표율을 훌쩍 뛰어넘는 2.2%(1205표)를 기록했다. 경남 도내 시·군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전국 시·군·구에서도 경기 과천(5.6%), 충남 홍성(2.96%), 경기 의왕(2.27%), 서울 종로(2.25%), 서울 마포(2.02%)에 이어 6번째 높은 수치다.

이는 곧 밀양 할매·할배들 힘이 컸다. 최고령 김길곤(85) 할배를 비롯한 28명은 송전탑 투쟁 과정에서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녹색당에 가입, 송전탑 뽑기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세상 씨앗 뿌리기'에 동참했다.

지난 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녹색당 '탈송전탑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옥순(가운데) 할매와 이계삼(오른쪽) 전 후보가 서로 격려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이들은 바쁜 농번기 시작 무렵임에도 돌아가며 아침·점심·저녁 시내에서 1인 피켓 지지호소를 했다. 무심히 지나가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백발 머리를 숙이는 것도 마음으로 다했다. 때로는 마이크를 잡고 연설 아닌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자신들 삶의 터전에서 2.2%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남겼다.

녹색당 비례대표 2번이었던 이계삼(43)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어르신들이 전화통을 붙잡고서 "투표용지는 두 장이고, 한 장은 지역구고, 또 한 장은 전국군데, 거기에 기호 15번 녹색당이 있고, 우리 철탑 대책위 사무국장 이 아무개가 거기 2번으로 나왔고…." 이렇게 길게 설명하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밀양을 떠나 있던 선거기간 내내 밀양역에서, 밀양 시내에서 녹색당을 알리고 서 계실 어르신들을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고준길(73) 할배는 이번 선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희망 섞인 마음을 드러냈다.

"세상이 바뀌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상식 아니겠는가. 녹색당은 정권을 잡겠다는 것도 아니다. 소외된 이들이 함께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정당이다. 앞으로도 당원으로서 더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17일 밀양시 부북면 위양마을 움막에서는 이 후보와 밀양 주민들이 다시 만나 따듯한 밥 한 끼를 나눴다. 이 후보는 다시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다시 탈핵·녹색·농업·교육이 하나로 만나는 새로운 삶, 즉 '밀양송전탑 시즌3'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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